정치권이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정쟁을 멈추고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청와대는 물론 여야는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조속한 구조와 수습을 당부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경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부다지구에서 한국인 33명이 탄 유람선이 크루즈선과 충돌 후 가라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은 국내 여행사 참좋은여행의 패키지투어를 하던 관광객 30명과 인솔자 1명, 현지가이드 1명, 사진작가 1명이다.
이 사고로 한국인 33명 중 7명이 숨졌고 19명이 실종상태다. 여행사가 밝힌 구조된 인원은 ▲김용미(55) ▲안희철(60) ▲윤나라(32) ▲이옥희(66·여) ▲이윤숙(64) ▲정영아(31) ▲황성자(49) 등 7명이다. 이들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사고를 보고받고 헝가리 정부와 협력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구조 활동을 하라고 지시했다다.
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대본을 즉시 구성하고 현지에 신속대응팀을 급파, 국내에 있는 피해자 가족과 연락 체계를 유지하고 즉각적으로 상황을 공유하라고 했다.
국회도 헝가리 사고 사망자에 대한 애도를 표하며 한목소리로 실종자 구조에 정부가 신속히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러시아 및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을 공식 방문 중인 문 의장은 이날 오전 러시아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동행취재기자들과 만나 “새벽에 일어난 충격적인 사고소식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모든 외교역량과 가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예정됐던 기획재정·과학기술정보통신·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부 등 4개 부처 장관들과의 오찬을 연기하고 정부의 신속한 구조를 촉구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벽부터 들려온 비보에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우선 실종된 분들 구조가 급선무”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현지당국과 협조해 실종된 국민을 찾고 무사히 돌아오도록 노력해주길 부탁한다. 또한 정부는 피해자 가족을 위한 조치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도 대정부 투쟁을 잠시 멈추고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 국민 구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은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회동과 관련 관권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는 일정을 취소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새벽 헝가리에서 유람선 침몰 사고로 한국인 33분 중에 7분이 사망하고 19명은 아직 실종상태라고 하는 가슴 아픈 소식을 들었다”며 “외교 당국은 헝가리 현지와 적극 공조를 통해서 조속히 우리 국민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사망자가 벌써 발생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실종된 분들 전원의 구조를 바라면서 외교 당국도 만전의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등 군소 정당도 정부의 신속한 대처를 주문했다.
정의당은 최석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무엇보다도 실종자 구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범정부 차원의 신속대응팀을 파견한다고 밝힌 만큼, 실종된 사람들을 무사히 구조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침몰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주문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악천후인 상황에서 왜 유람선이 운항했는지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홍에 휩싸인 바른미래당도 당내 갈등을 잠시 멈추고 우리 국민 구조에 힘써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비극적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에 대해 가슴 깊이 애도하며 유가족에게는 각별한 위로를 드린다”면서 “남은 실종자 19명에 대한 신속한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더 이상의 비극과 슬픔은 막아야 한다. 정부는 헝가리 정부와 적극 공조해 실종자 구조에 어떤 지원과 노력도 아끼지 말고 총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분들께 조의를 표한다”라며 “정부는 조속히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과 만전을 기해주길 당부 드리며, 이후에 진행되는 부분을 보면서 당 차원에서도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