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발전에 따라 많은 종류의 암 혹은 악성종양이 치료가 가능해졌다. 2016년 기준, 전체 인구의 3.4%에 달하는 174만명이 암을 앓고 있으며 5년을 경과해 완치로 받아들여지는 이들만 91만6880명에 이른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암종 평균 치료 후 5년 상대생존율은 71%에 육박했다. 암 환자 3명 중 2명 이상이 사실상 완치 판정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암도 이겨낸 이들이 정작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신음하며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와 대한암협회가 4월부터 5월까지 암 생존자 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암 투병 경험을 공개하겠다는 응답자는 73.6%에 불과했다. 암 투병 경험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답한 배경에는 63.7%가 ‘편견’ 때문이었다. 인식된 편견으로는 ‘업무 집중·능력 저하’가 60.6%, ‘잦은 휴가’가 56.9%, ‘동정’이 35.5%로 조사됐다.
그 때문인지 암 생존자들 스스로는 암의 재발 등 건강이 악화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45%는 직장과 삶의 병행에 부담을, 37%는 성과에 대한 자신감 하락을, 24.1%는 회사에 부담되는 존재라는 인식을, 16.5%는 동료의 편견과 차별을 경험하며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분명 응답결과에 의하면 이들은 업무를 함에 있어 불규칙한 몸 상태나 스트레스 관리, 기초체력의 저하로 인한 초과근무의 어려움, 집중력과 기억력, 물리력의 저하와 한계를 겪고 있다. 건강유지에 대한 불안과 우울, 무력감, 자신감의 저하 등 심리적·정신적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이 차별과 외면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정부와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암 치료 그 너머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이 같은 의식은 1988년 미국에서 처음 행동으로 옮겨졌다. 미국은 암을 이겨낸 이들이 사회로의 복귀를 꺼리지 않고 사회가 이들을 편견 없이 대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6월 5일을 ‘암 생존자의 날’로 지정하고, 해마다 6월 첫 번째 일요일에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을 넘어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등 많은 국가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또한 2017년부터 이들의 뜻에 동참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하반기부터 12개 지역 암센터를 ‘암생존자 통합지지센터’로 선정하고, 이들을 총괄·지원할 목적으로 지난 2월에는 국립암센터를 ‘중앙 암생존자 통합지지센터’로 지정해 사회적 편견극복과 암생존자의 건강한 사회 복귀를 지원하도록 했다.
여기에 ‘암생존자 통합지지’ 사업모델 개발 등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가 하면, 올해 처음으로 6월 첫 주를 ‘암생존자 주간’으로 정하고 ‘암 너머 새로운 시작’을 표어로 내세운 캠페인과 행사를 2일부터 전국단위로 시작했다. 그 일환으로 4일 국립암센터에는 50여명의 암생존자와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미래를 위한 고민과 정보를 전문가들과 함께 공유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사회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암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등 환자지원은 많이 늘었지만 치료가 끝났거나 추적관찰 중인 생존자들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며 “이들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함께 사회활동의 제한 등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까지 부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치료비 지원 등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지원해야할 문제”라며 “암센터와 고양시가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에 애쓰는 것처럼 암을 경험한 이들이 사회에 복귀하고 본인들의 경험을 암을 경험하고 있는 또 다른 이들에게 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관계자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암을 앓고 있거나 경험했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이런 것이 필요하다’, ‘이런 욕구가 있다’고 말해야 사회도 정부도 알고 고민하고 바뀔 수 있다”면서 사회적 지지와 함께 암 경험자들 스스로가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