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510조원의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조용병 현 회장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이르면 연말 리턴매치에 나설 전망이다. 위 전 행장이 지주 회장 도전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남산 3억원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영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노만석 부장검사)는 ‘남산 3억원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위성호 전 행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신한금융은 지주회장 후보의 자격요건으로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전 행장은 조 회장과 함께 차기 지주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동안 위 전 행장과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과 지주회장 자리를 두고 계속해서 격돌해 왔다. 2015년 신한은행장, 2017년 지주회장 자리에 나란히 후보로 올라 경쟁에 나선 바 있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인물은 2017년 신한지주 회장 선임 때까지만 해도 원만한 관계를 보였다. 당시 위 전 행장은 회장추천위원회 최종 면접에서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회장직을 조 회장에게 양보했다.
이후 조 회장이 신한지주 회장을, 이 전 행장이 신한은행장을 맡아 둘은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둘의 관계는 지난해 말 이 전 행장이 은행장 자리에서 조기에 교체되며 어그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은행장에게 1년의 연임 기회를 주던 전례와 달리 이 전 행장은 이례적으로 임기중에 교체 사실을 통보받은 것. 특히 이 전 행장은 이를 두고 “신한금융의 주요 5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지주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는데 이번 회장 후보군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며 불만을 드러내 둘의 관계에 이상조짐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조 회장이 연임을 굳히기 위해 경쟁자들을 퇴출시켰다는 관측도 나왔다. 조 회장은 이러한 논란이 확산되자 “이번에 퇴임하는 임원들은 회장 후보 풀에 넣어서 육성하겠다”며 “(퇴임한 임원들은) 내 선량한 경쟁자”라고 논란을 수습하고 나섰다.
조 회장과 위 전 행장의 관계에 이상조짐이 보이면서 차기 지주회장 자리를 두고 벌어질 3번째 리턴매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3번째 리턴매치는 위 전 행장에 대한 ‘남산 3억원 사건’ 위증혐의가 제기되면서 불발 가능성도 내비쳤으나, 검찰의 이번 결정으로 성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3번째 리턴매치의 관건은 ‘현직 프리미엄’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직 회장인 조 회장이 전직 타이틀을 달고 있는 위 전 행장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따라서 위 전 행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극복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조 회장과 위 전 행장의 3번째 리턴매치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로, 신한금융은 현 회장 임기 만료 2개월 전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따라서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한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