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펜션에서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자기연민형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의 소견이 나왔다.
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고씨가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가 환불한 물품은 표백제, 락스, 테이프 3개, 드라이버 공구세트, 청소용품 등이다. 당시 고씨가 환불받은 금액은 약 2만6000원 정도였다.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물품을 환불한 이유에 대해 “(그게) 시체 옆에 있었으니 찝찝해서 환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은 같은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씨가 평소에 전남편을 괴롭히면서 잘 살다가 남편이 떠난 뒤 더는 괴롭힐 수 없게 되면서 기질이 발현됐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배 전 분석관은 고씨가 물품을 환불한 것을 두고 “살인범이라도 보복 살인범이나 경제적 살인범인 경우 범죄를 저지른 뒤 이처럼 태연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씨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씨는 현재 자신이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을 자신 때문이 아닌 전남편 탓으로 돌려 그 망상을 분노로 표출하고 있고 전 남편을 살해하고도 흔히 ‘당해도 싸다’는 식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고씨는 일종의 ‘자기 연민형 사이코패스’”라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씨가 엄청난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도 남은 물품을 반납해서 환불받은 행동을 한 것으로 볼 때 당시 평정심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놀라운 평정심은 죄책감이라든지 후회, 괴로움을 느끼는 공감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한 펜션에서 전남편 A씨(36)를 살인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뒤 지난 4일 구속됐다. A씨의 혈흔에서는 수면제 일종인 ‘졸피뎀’이 검출됐다. 고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고씨는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 했고 이를 막기 위해 수박을 자르러 산 칼을 이용해 우발적으로 일을 저질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