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웨이·현대重 나몰랑 …산업·금융권 곤혹 “일개 기업이 어떻게 해결 합니까”

정부, 화웨이·현대重 나몰랑 …산업·금융권 곤혹 “일개 기업이 어떻게 해결 합니까”

기사승인 2019-06-14 05:00:00

최근 산업 현장에서 정부 부재론이 제기되고 있다. 화웨이 사태부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까지, 산업 현장에서는 “외교·정치적 문제를 개별 기업에 맡겨 버리면 어떻게 해결하라는 것”이냐는 반문이 나올 정도로 정부의 부재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울산·거제, 현대중·대우조선 놓고 갈등 심각=먼저 정부의 산업 현장 부재론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그동안 부실관리 질타를 받아온 대우조선을 앞서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대우조선 최대 주주가 되고,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로 출범하는 조선통합지주회사의 2대 주주가 되는 매각방식이다.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을 넘기고, 조선산업을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 2강 체제로 재편하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구상한 조선업 재편 방안은 처음부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근로자 및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쳤다. 근로자와 지역주민들은 지역경제의 운명이 이번 문제에 달렸다는 판단에 따라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러한 반대는 결국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에 나서고, 대우조선 노조가 현대중공업의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막기위해 쇠사슬을 몸에 감아서는 ‘육탄저지’ 상황까지 불러왔다. 여기에 지역 기초단체장과 정치인들이 합세하며 이번 사태는 정치적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조선업 개편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커지면서 현장에서는 청와대가 나서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개별 기업의 노사문제로 일축하며 개입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여기에 이번 조선업 개편의 주체인 산업은행 역시 청와대의 입장에 따라 방관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웨이 사태 통신 넘어 금융까지 좌불안석=정부의 산업 현장 부재론은 국내 이슈를 넘어 미중무역 갈등에 따라 발생한 화웨이 사태를 두고도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이 통상마찰로 불거진 화웨이 사태는 이제 주변국으로 까지 확대됐다. 미국이 주변국에 화웨이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면서 한국의 통신업계에 까지 영향이 온 것.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5일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이며, 지금 내리는 결정이 앞으로 수십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화웨이 제재 동참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화웨이 제재에 동참할 경우 사드 사태와 같은 보복을 예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LG 등 국내 통신업체들이 미중 갈등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상황이다.

미중 갈등에 따른 어려움은 국내에서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례로 농협은행은 금융 유선망 고도화 사업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KT를 선정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KT가 파트너사로 미국의 제재 대상인 화웨이를 선정하면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이 곤욕을 치르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화웨이 사태에 대해 지난 7일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 있다”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문제는 정부가 외교적 판단에 따라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한 후 국내 기업에 모든 문제 해결을 떠넘긴 것.

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도 해결하지 못 하는 문제를 기업에 해결하라고 떠넘기면 어떻게 하냐”며 “외교적인 선택과 달리 기업에는 사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산업계, 정부 전략·리더십 부재 질타=비단 산업 현장의 정부 부재론은 현대중공업이나 화웨이 사태를 넘어 택시업계와 타다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갈등, 제철소 조업중단 논란 등 산업 현장 다방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전략이나 리더십이 없다는 질타가 나오고 있다. 

공유차랑 업계 관계자는 “현안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전략이나 리더십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문제가 생기면 해당 기업의 문제로 축소하고 사태 해결을 기업에 맡기는 지금과 같은 정부의 모습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받은 (화웨이와 관련한) 별다른 가이드라인은 없다. 그래서 농협은행의 화웨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도 내년에는 통신망 계약을 갱신해야 해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어떤 가이드라인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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