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은행권의 CEO(최고경영자)가 대거 물갈이 된다. 소위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은행의 CEO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내년 4월까지 은행권 CEO 11명의 임기가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을 시작으로 내년 4월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이 임기를 마친다.
가장 먼저 임기가 종료되는 CEO는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9월)이다. 뒤이어 11월 허인 국민은행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둘의 경우 연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심 행장의 경우 KT 비서실장, KT이엔지코어 경영기획총괄 등을 역임한 정통 KT맨으로, KT 중심의 케이뱅크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허 행장도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손발을 맞춰 왔고,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2+1의 임기를 보장하는 내부 분위기에 따라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올해 12월 임기가 종료되는 김도진 기업은행장과 이대훈 농협은행장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은 후배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와 함께 그동안 전례를 봤을 때 연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장의 경우 벌써부터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하마평이 나오는 등 차기 행장 자리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우리은행장(내년 12월)과 지주회장(내년 3월) 임기가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손 회장의 연임은 올해 하반기부터 임기가 종료되는 CEO 가운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의 기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기에 놓여있고, 손 회장이 채용비리 이후 흔들리는 우리은행의 중심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CEO 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높다.
내년 3월에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서현주 제주은행장의 임기도 종료된다. 이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BNK금융지주 회장 자리는 최근 금융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자리다.
조 회장의 경우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채용비리 재판이 변수로 남아있다. 조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은 이르면 올해 연말 쯤 1심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김 회장은 이와 달리 교체설에 휩싸여 있다. 김 회장이 고령이라는 점에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차기 회장자리를 두고 정부 고위층에 접촉하는 인물이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년 4월에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김용환 전 회장이 연임한 사례가 있으나, 내부적으로 연임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CEO 교체시기를 맞아 과열된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인 없는 회사다 보니 CEO가 바뀔 때 마다 회사가 요동을 친다”며 “그러다 보니 CEO교체 시기가 다가오면 회사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해 진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