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샤오미 프리미엄폰 미9, ‘가치혁신’ 이끈 미샤와 닮았다

[기자수첩] 샤오미 프리미엄폰 미9, ‘가치혁신’ 이끈 미샤와 닮았다

기사승인 2019-06-15 04:00:02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2000년대 초반 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로 로드숍 화장품 붐을 이끌었다. 당시 미샤의 주력 제품의 가격은 3300원이어서 ‘3300원의 신화’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브랜드 화장품은 고가라는 상식을 깬 미샤에 학생과 젊은층이 폭발적으로 몰렸다. 출범 2년만에 매출 1100억원 돌파, 국내 화장품업계 4위로 등극했다.

이후 미샤는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 시도를 감행한다. 광고모델로 톱스타인 김혜수, 이병헌 등을 기용하고 기존 라인 가격의 2~3배 이상 높은 가격대의 제품들을 출시한다. 물론 그럼에도 미샤의 고가 라인 제품들은 글로벌 유명 브랜드와 비교해선 상당히 저렴했다. 미샤 역시 SK-Ⅱ나 에스티로더 제품과 직접적 비교광고를 통해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저가격‧고품질’ 지향한 미샤가 향후 거대 메이저급 화장품업체들과도 경쟁하게 되면서 가치혁신을 이끈 것이다.

지난 14일 ‘가성비’ 제품 대명사인 샤오미가 한국에서 프리미엄폰 ‘미9(Mi9)'을 최초로 공개했다. 샤오미가 국내 시장에서 보급형 폰으로 호응을 얻었던 홍미노트가 20만원대였던 것과 달리 미9의 가격대는 50~60만원대다. 샤오미의 기존 제품들과 비교해 비싼 편이지만 삼성전자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의 동급 사양과 비교하면 가격은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

샤오미 국내 총판 지모비코리아 정승희 대표는 간담회에서 “스마트폰 브랜드별 기능적 특성은 줄어들고 하드웨어 부품, 제조환경 모든 것이 비슷하다”며 “이런 환경에서 제조사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은 좋은 제품, 착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샤오미의 행보는 ‘저가격‧고품질’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모으고 고급화 전략을 시도했던 과거 미샤와 오버랩 된다. 국내에서 중저가 제품들로 기반을 다진 샤오미가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 및 메이저 기업과의 정면 대결로 제2의 도약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홍미노트로 성과를 거둔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삼성·애플과 경쟁하는 모습이 불가능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저가격·고품질'의 미샤의 고급화 전략은 약 10년 전 이야기로, 미샤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에이블씨엔씨는 미샤의 매장 명칭을 미샤에서 ‘눙크’로 변경하고 색조화장품 중심의 멀티브랜드숍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산업 흐름의 변화로 인해 로드숍 업계가 내리막길을 걷자 선택한 방법이다.

국내 시장에 ‘메기효과’를 일으키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샤오미에게도 기업 외부적인 위협이 존재한다. 샤오미는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중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화웨이 사태로 인해 중국 당국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줄서기'를 강요함에 따라 형성된 중국기업에 대한 반감이 시장에 영향을 줄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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