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반대진영을 향해 분노와 증오만 표출하는 것이 좀 없어졌으면 합니다”
이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공동 유튜브 방송을 마친 소회다.
두 사람은 최근 일명 ‘홍카레오’(홍카콜라+알릴레오)라는 합동 방송을 통해 2시간가량 공개 토론을 펼쳤다. 이들은 별도 원고 없이 ▲ 보수와 진보 ▲ 한반도 안보 ▲ 리더십 ▲ 패스트트랙 ▲ 정치 ▲ 민생경제 ▲ 양극화 ▲ 갈등과 분열 ▲ 뉴스메이커 ▲ 노동개혁 등 10가지 주제를 놓고 자유 토론을 벌였다.
두 사람은 각 주제에 대해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토론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훈훈하게 마쳤다. 토론에서 상대에 대한 직설적인 공격보다는 본인이 가진 사상적 기반을 바탕으로 논리적 설득에 나섰다.
◇홍준표와 유시민은 누구
홍 전 대표와 유 이사장은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은 소위 말하는 TK의 중심지인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유시민 이사장은 경북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정통 TK출신 인사다. 그만큼 학창시절은 철저하게 보수성 짙은 교육을 받은 셈이다. 그는 스스로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자유주의적 소시민계급) 태생이라고 말한다. 출신 배경으로만 보면 홍 전 대표보다 보수(우파)에 가까운 셈이다.
그는 학창시절 글짓기로 지역에서 이름을 떨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소위 ‘대구의 아들’이라 불리면 지역에서 촉망받았다. 이런 지역기반으로 그는 지난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시 수성구을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바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유 이사장과 조금 다른 학창시철을 보냈다. 그는 경상남도 창녕 출신으로 TK(대구·경북)가 고향이 아니다. 그는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고향이 아닌 대구에서 중고등하교를 다녔다. 그는 어려운 집안 사정에 중학교를 1등으로 졸업하고도 지역 명문 경북고등학교가 아닌 영남고등학교로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진학했다. 보수라기보다는 흙수저 진보에 가깝다.
또한 지역 내에서도 비주류로 통한다. 이와 관련 경북고 출신 전 국회의원이 지역 출신인사 모임에서 건낸 ‘따라지(삼류) 고등학교 나오는 사람은 이 모임에 나오면 안된다’는 농담에 불쾌함을 몹시 표시했다고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 일로 홍 전 대표가 해당 의원의 공천을 반대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대학 시절 서로 다른 길을 걷다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은 대학교를 위해 서울로 올라 온 후부터 조금씩 다른 길을 걸었다.
홍준표 전 대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고려대 행정학과를 거쳐 사법고시에 합격, 검사로 활약했다. 홍준표는 전라도 출신 아내와 결혼, 가정적으론 ‘영호남 화합’을 이뤘다. 또한 그는 반군부·독재에 맞섰던 김영삼의 부름을 받고 정계로 입문했다. 특히 홍준표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YS키즈에 속한다.
이후 줄곧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을 지키며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지난 19대 대선에 한국당 대선주자로 나서 거침없는 독설을 진보 진영에 퍼부었다. 이를 두고 보수측에서는 ‘사이다발언’이라고 평가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후 무너져 가던 한국당의 지킴이로 홍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유시민 이사장도 홍 전 대표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관 있다. 그는 현재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을 만큼 대표적인 친노 및 진보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한 후 대학시절 학생운동에 참여하며 군부 퇴진에 앞장섰다.
서울대를 졸업한 후에는 이해찬 당시 평화민주장 의원 보좌진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해찬과 유시민은 대학생 때부터 잘 알고 지내던 운동권 선후배 사이다. 이처럼 그는 성인이 된 이후 진보진영과 뜻을 같이 했다. 그는 16대,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활동했다. 또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당한 통합진보당의 창당에도 일조했고 당대표도 역임한 바 있다.
◇홍·유가 말하는 진보·보수
이처럼 두 사람은 같은 지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정치적 다른 길으며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로 우뚝 섰다. 그들은 반대되는 사상적 기반을 가졌지만 서로를 인정했다.
홍 전 대표는 ‘홍카레오’ 토론에서 진보와 보수에 대해 “우파(보수)는 기본가치는 자유고 좌파(진보)의 기본가는 평등이다. 상대측이 나쁘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우파는 자유를 중심으로, 좌파는 평등을 중심으로 세상을 만들어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도 큰 틀에서 홍 전 대표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현대적인 보수는 개인의 자유에 방점을, 진보는 평등과 균형에 방점을 찍는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우리나라의 보수우파는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을 존중한다. 이들은 자유를 탄압한 인물이다. 이점을 명확하게 해야 보수가 보수다워 진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정권을 운용하는 과정에 공과가 있다. 자유를 제한했다는 측면을 받아들이지만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의 공은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치권 진보·보수, 지역주의 조장 갈등 부추겨
최근 정치권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에는 ‘친일파’‘빨갱이’ 등으로 상대를 비아냥거리며 보수 와 진보 모두 서로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민주당 및 정의당과 한국당 등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들도 좌우의 차이를 지역주의 등과 연결시켜 갈등을 부추기고 지지층을 집결시키려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국당 일부 의원은 군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다 비난받은 사례나 최근 여의도를 휩쓸고 있는 막말 정치도 총선이 다가오면서 보다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홍준표 전 대표와 유시민 이사장이 좌우 진영의 소통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지만 기승전 총선이 되고 있다”면서 “좌우 진영간의 갈등조장하고 이념대결 속에서 지역논리를 강화한다. 이는 막말로 인지도를 높이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네거티브 정치를 하는 것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은 정책으로 소통할수 여지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워낙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부각시키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에 결국에는 아주 비정상적인 막말이 총선 홍보수단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