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갑질일까, 업계의 견제일까. 유통업계의 ‘핵’으로 떠오른 쿠팡이 공정위에 연이어 피소 당했다. 고발한 기업들도 다양하다. 동종업계인 위메프, 배달앱을 운영하는 배달의민족, 대기업인 LG생활건강도 뛰어들었다. 이를 두고 ‘이커머스 선두주자인 쿠팡에 대한 과도한 견제다.’, ‘독점적 위치에 오른 쿠팡의 갑질이 드러난 것.’ 등 상반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신고했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자사 생활용품 등 판매와 관련,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 측은 “쿠팡이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 거래 강요 금지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 측은 “쿠팡은 이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하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6일에는 위메프가 쿠팡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LG생활건강과 마찬가지로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사유다. 위메프 측은 "쿠팡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우리 회사의 가격 인하를 방해하고 납품업체에 상품 할인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에는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쿠팡이 외식배달서비스 ‘쿠팡이츠’ 출시를 앞두고, ‘배민라이더스’의 매출 상위 50곳 음식점을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했다며 쿠팡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잇따른 공정위 피소에 쿠팡 측은 “공정위 신고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라면서도 “쿠팡이 납품업체에 할인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타 경쟁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잇따른 '갑질 논란'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일축했다. 사실 유통업계가 한목소리로 특정 업체를 겨냥하고 나선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업계는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적자에 시달리는 쿠팡이 매출 성과를 내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납품, 매입가 인하 요구가 심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은 이미 이커머스에서 압도적 위치에 오른 상황”이라며 “영향력이 크다 보니, 충분히 갑질로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쿠팡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업체들의 견제구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쿠팡이 급격히 몸집을 불려 지난해 4조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상황이라, 기존 업계에선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 아마존의 시장 장악을 목격한 국내 기업은 쿠팡을 경계대상 1호로 꼽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모든 시선은 공정위에 쏠려있다. 쿠팡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 인정 여부가 관건이다. 현재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위메프·배달의민족·LG생활건강의 신고 건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측은 "사건 조사 진행에 대해선 비공개 방침“이라며 ”조사는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며, 1년 안에 조사를 마치고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