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착착’, 수많은 바구니들이 레일에 따라 끊임없이 이어져 나온다. 바구니 스스로 제 갈 길을 알고 있는 양, 레일 위를 가르며 바쁘게 이동한다. 바구니 속 상품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라면, 과자, 분유, 간편식 등 범위를 한정 지을 수 없다. 현장의 작업자는 정해진 위치에 서서 자동으로 온 상품의 정보와 수량을 확인 후 버튼을 누르기만 할 뿐이다. 이후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갈 배송 바구니에 담긴다. 이 모든 것이 고객의 장보기를 대신하는 과정이다.
주문에서 배송 준비까지, 전 공정의 80%가 자동화로 진행하는 이곳은 물류센터나 스토어가 아니다. 김포에 위치한 SSG닷컴의 '네오 2호 센터'다. 물론, 현존하는 개념으론 이곳은 물류센터로 정의된다. 그렇지만 단순 대형 트럭이 오가는 B2B 중심의 외곽 물류센터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네오’는 고객에게 최대한 가깝게 다가가려는 B2C의 스토어를 추구한다. 네오(NE.O)의 이름 역시, 차세대 온라인 스토어(NExt Generation Online Store)의 약자다.
고객과 가까워지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근거리일수록 상품을 ‘빠르고’ ‘신선하게’ 배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오는 27일부터 ‘새벽 배송’에도 나설 예정이다.
네오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속도감’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에 연면적 4만3688㎡ 규모인 이곳에서 시간 당 처리하는 주문 건수는 약 2000여개. 산술적으로 2초 당 한 건의 주문을 처리하는 셈이다. 특히, 가공 식품의 경우, 40분이면 모든 배송 준비를 마칠 수 있다. 이곳에서 하루에 처리되는 주문 건수는 모두 3만1000여 건으로, 구로와 일산을 포함 수도권 서부 권역을 담당하고 있다.
사람이 상품을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닌 상품이 작업자를 알아서 찾아오는 ‘GTP(Goods To Person) 시스템’, 구매 빈도가 높은 상품 선별에 최적화 된 ‘DPS(Digital Picking System)’, 상품을 알아서 정리하고 보관하는 ‘자동 재고관리 시스템’ 등이 핵심 기술이다.
고객이 상품을 받을 때까지 낮은 온도를 유지시키는 ‘콜드 체인 시스템(Cold-Chain System)’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신선·냉장·냉동 제품을 보관하는 ‘콜드 체인’ 구역에 발을 들인 순간, 몸이 떨릴 정도의 한기가 느껴졌다. 이날 한낮 기온은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였지만, 이곳 직원들은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작업 중이었다. SSG닷컴 관계자는 "영상 8도의 온도를 유지해 작업을 진행한다“면서 이곳을 거대한 냉장고에 비유했다.
이렇게 신선식품과 일반 제품이 한 바구니에 모여 배송 차량으로 향한다. 환경을 생각해 반영구 사용이 가능한 새벽 배송용 보냉가방 '알비백'도 제작했다. 고객이 다시 사용해주길 바라는 의미로 익숙한 뜻의 영화 대사 'I'll be back'을 차용했다. 현재까지 보냉가방을 따로 제작해 체험단을 꾸려 운영한 사례는 있었지만, 고객 전체를 대상으로 보냉가방을 제공해 스티로폼 박스 등의 부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SSG닷컴이 첫 시도다.
SSG닷컴은 이 같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새벽배송’에 나설 예정이다. 주문은 26일 오후 3시 이후부터 가능하다. SSG닷컴은 배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강에 인접한 강서구, 양천구, 동작구, 용산구, 서초구, 강남구 등 서울지역 10개 구를 대상으로 먼저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인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 두 개의 서울 주요 고속화 도로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최우정 SSG닷컴 대표이사는 “자동화 설비를 갖춘 최첨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통해 배송 효율을 더욱 높여 온라인 배송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타 업체 대비 2배 이상 많은 신선상품, 보랭가방을 통한 친환경 배송 등 차별화 된 ‘새벽배송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여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