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에 대해 초동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 5명이 부실수사 논란에 대한 해명 글을 내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제주동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5명이 지난 20일 경찰 내부 통신망 ‘폴넷’에 공동 명의로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 관련 입장문’을 올렸다고 조선일보가 25일 보도했다.
경찰관 5명은 사건 초기 이 사건을 단순 실종이나 자살사건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7일 (피해자가) 자살할 우려가 있다는 최초 신고에 따라 피해자의 최종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를 파악, 실종수사팀원 2명을 투입해 주변을 수색했고, 다음날 펜션 인근 분교 방범용 CCTV를 확인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또 "이혼한 부부가 어린 자녀와 있다가 자살 의심으로 신고된 사건에 대해 초기부터 강력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하라는 비판은 결과론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비판"이라며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특히 고씨에 대한 현장검증을 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찰관들은 "피의자가 범행 동기에 대해 허위 진술로 일관하고 있었고, 굳이 현장 검증을 하지 않더라도 범죄입증에 필요한 DNA, 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현장검증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의 현장검증은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이라는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 서장의 결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고씨 사건이 불거진 초기부터 제주동부경찰서의 부실 수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초기 고씨가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펜션 인근 주택 CCTV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를 동분서주한 끝에 찾아낸 것은 경찰이 아닌 유가족이었다. 지난달 27일 유족이 강씨의 실종신고를 접수했으나 고씨의 “전남편이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전화통화상 진술만 믿고 휴대폰 위치추적 등의 대응만 한 점도 안일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급기야 고씨가 펜션에서 퇴실하면서 근처 클린하우스(쓰레기수거장) 두 곳에 종량제 봉투 4개를 버리는 등 제주도에서 시신을 유기한 정황을 경찰이 알고도 유족에게 함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박 서장은 지난 4일 언론브리핑에서 고씨가 시신을 도내에 유기했을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도내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서장은 논란이 커지자 “고씨가 시신을 유기한 곳으로 도외만 진술했고 범행 후 펜션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등 완벽범죄를 꿈꾼 점으로 볼 때 도내 유기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래서 언론에도 그런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고씨가 제주에서 버린 봉투에는 범행도구가 담겨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