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KEB하나은행은 한해 순익이 2조원을 넘어가고, 총 자산이 387조원을 넘어서 국내 경제의 중요은행으로 취급되는 은행이다. 그러한 은행의 행장으로 깜짝 등판한 그의 지난 100일 간의 경영행보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 행장은 지난 3월 21일 함영주 전임 행장으로부터 은행 깃발과 (구)하나은행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은행장 만년필을 전달받으며 제2대 KEB하나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지 행장은 30년 은행 경력의 절반을 홍콩과 중국에서 보낸 ‘중국통’으로, 그가 취임할 당시만 해도 그에 대해 잘 모르는 하나은행 직원들이 많았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일단 내부조직 다지기에 나섰다. 영업본부 및 영업점 방문, 우수직원 격려를 위한 오찬·만찬, 부모님 초청행사, 무비치어스, 주말자율연수자 격려 등을 통해 취임 100일 만에 약 3500명의 직원과 만남을 가진 것. 그동안 해외근무가 잦아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여기에 자사주 4000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보여줬다.
지 행장이 100일간 본격적인 경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집중한 것은 ‘디지털’과 ‘글로벌’이다. 그는 취임할 당시 “디지털의 날개를 달고 글로벌로 나아가자”고 취임일성을 내놓을 정도로 은행의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사업 확대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그는 지난 4월 ‘글로벌디지털전략협의회’를 신설하고, 글로벌 디지털 뱅킹을 향한 첫 번째 사업으로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과 함께 ‘라인뱅크’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설립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여기에 ‘디지털 어벤져스’라는 팀을 구성해 은행의 디지털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개인디지털뱅킹, 기업디지털뱅킹, 글로벌디지털뱅킹 등 기존 사업 파트별 디지털 관련조직을 ‘미래금융그룹’으로 통합해 효율적이고 통일성 있는 디지털 전환수행 기반을 마련했다. 글로벌 인프라·부동산·항공기 분야의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글로벌 IB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그의 디지털·글로벌 강화 행보는 100일 간에 불과했지만 디지털을 기반해 출시한 하나원큐신용대출이 출시 14영업일 만에 대출실적 1530억원을 돌파하고, 환테크·환전지갑 앱의 일별 이용건수가 출시 2개월 만에 2000건을 넘어서는 등 작은 성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대출자산이 올해 들어 1억3315만(8.7%) 달러 증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KEB하나은행 내부와 은행권에서는 지 행장의 지난 100일간의 행보에 대한 평가를 내놓기 주저했다. 그의 활동 기간이 100일에 불과해 평가를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이제 업무파악하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가는 시기”라며 “그의 성과는 올해 말이나 내년에 가야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지 행장의 디지털·글로벌 전략이 KEB하나은행의 업계 3위 수성에 도움이 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업계 3위 쟁탈전에 나선 우리은행이 최근 지주사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한 층 끓어올리고 있는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지 행장의 임기 중에 KEB하나은행의 업계 순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