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윤석헌 원장, 금융위 벽 막혀 ‘종이호랑이’ 신세

금감원 윤석헌 원장, 금융위 벽 막혀 ‘종이호랑이’ 신세

기사승인 2019-06-28 05:00:00

‘금융업계의 경제검찰’ 금융감독원이 윤석헌 원장 체제를 통해 대대적인 쇄신을 기대했으나 내외부적인 문턱에 막혀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후 부원장보 9명 전원을 경질하고 대신 ‘보험업계 저승사자’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을 부원장보로 내세우는 등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감독기관의 기능으로서 여전히 금융위원회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윤석헌 원장의 개혁 의지와 무관하게 조직 장악력이나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견을 보여온 금감원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의 직무 범위가 결국 금융위원회가 요구한 범위로 수용됐다. 금감원은 금융위의 요구대로 직무 범위를 ‘긴급조치’(Fast-Track·패스트트랙) 사건 한정시켰다.

기존 사전 예고안에는 ‘특사경이 자본시장법상에 규정된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한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금융위의 이견으로 결국 수정됐다. 금융위는 당초 사전 예고안에 대해 협의 내용과 달리 특사경이 자체 인지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문구가 들어있다고 수정을 요구한 바 있다.

취임 당시부터 금감원의 독립성 유지를 주장해 온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입지는 그만큼 협소해진 것이다.  윤 원장은 교수 시절부터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와 감독정책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실제 그는 과거부터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융감독 기능의 독립을 주장해온 바 있으며 취임사에서도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돼서는 곤란하다.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원장의 바람과는 달리 여전히 금감원은 금융위의 통제 내에서 감독 권한이 제한된 상태다. 금융업계에서는 ▲금융위의 통제 하에 놓여진 태생적 한계 ▲윤 원장의 내부 장악력 등이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내 부원장 임명은 금감원장의 권한이지만 그밖에 고위직을 콘트롤하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금감원 내 고위인사일수록 금융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의 예산 등은 금융위원회가 관리한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에 따르면 금융위 산하 분담금관리위원회가 마련한 금융감독원 예산지침에는 모든 항목에 대해 세부 비목까지 편성지침이 담겨있다. 추 의원은 “복리후생비‧여비교통비는 물론 임금의 각 항목과 평가상여금 지급률 등에 대해 금융위가 결정하고 통제하려는 것”이라며 “또한 임원들에 대한 보수 결정권을 금융위로 이관하도록 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윤 원장의 실무·조직 장악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원장은 이론적으로 개혁 의지가 강하지만 실무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신념은 있으나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사들도 금감원이 아닌 금융위에 초점을 맞추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윤 원장이 지난해 말 부원장보 9명 전원에 대해 사표를 요구한 것에 대해 안팎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사였다고 하나 전략적이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내부 불만도 나왔다는 평가다. 게다가 금융위는 감독 권한 외에도 금감원과 각종 사안에 대해 꾸준히 대립하거나 이견을 보였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키코 사태 등에서 최종구 위원장이 금감원의 입장과 다른 견해를 보여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윤 원장에 대한 일부의 지적은 사실 외부 견해에 불과하다. 조직 장악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다만 지적한 부분은 윤 원장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현행 감독 체계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감독원이 가지고 있는 규정 개정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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