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번졌다” 은명초 화재 원인 살펴보니…제천·밀양 참사 판박이

“순식간에 번졌다” 은명초 화재 원인 살펴보니…제천·밀양 참사 판박이

기사승인 2019-06-29 06:05:00

서울 은평구 은명초등학교에서 화재가 순식간에 퍼진 것은 필로티 구조와 가연성 소재를 사용한 ‘드라이비트’ 공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밀양 요양병원 화재 참사 사건의 원인과 같다. 

서울 은평소방서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6일 오후 3시59분 은명초등학교 1층에 있는 쓰레기집하장에서 최초로 불이 났다. 불은 건물 1층 찬장으로 옮겨가 차량 10여대를 태우고 순식간에 5층 규모 건물에 붙었다. 소방차 80여대와 소방대원 265명이 출동해 화재는 1시간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초등학생 116명이 무사히 대피했다. 교사 2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이 빠르게 번진 것을 두고 소방당국은 27일 “필로티 구조와 알루미늄 패널의 가연성 외벽으로 급격히 연소가 확대됐고 연기가 많이 났다”고 밝혔다. 필로티 구조란 건물 1층에 벽을 두지 않고 기둥만 세운 공간이다. 필로티 구조가 연통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벽이 없고 사방이 뚫려 있는 필로티 형태는 공기(산소) 유입이 많아 불을 더 확산시킬 수 있다.

심재(心材)로 스티로폼이나 알루미늄 등 가연성 소재를 사용한 드라이비트 공법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에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공법을 지칭한다. 가연성 심재를 이용한 드라이비트 공법은 불연성 외장재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시공도 간편해 건축업자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화재에 매우 취약하고 유독가스를 뿜는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지난해 1월 19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밀양 요양병원 화재, 또 지난 2017년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때도 필로티 구조와 가연성 심재를 이용한 드라이비트 공법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혔다.

문제는 드라이비트로 지어진 학교 건물이 은명초등학교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외벽이 드라이비트로 마감된 학교건물이 3450동으로 전체(3만3400동)의 10.3%다. 서울은 전체의 16.6%인 592개동에 드라이비트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앞으로 5년간 750억원을 들여 드라이비트가 시공된 학교건물 250동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현실적인 대책은 없을까.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필로티 하부쪽에 적치물이나 불이 붙어 탈 수 있는 물건을 최대한 배제하는 방법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통계를 보면 필로티 구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는 대부분 하부공간에 쓰레기를 보관·분류하는 장소가 있거나 주차장이 있어서 화재가 확대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은명초등학교의 경우에도 필로티 구조에 주차장이 있었고, 20대가 넘는 차량이 주차돼있었다. 이 교수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처럼 전기적 요인으로 필로티 천장 속에서 불이 나는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필로티 상부 마감재를 불에 잘 타지 않는 소재로 교체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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