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를 두고 은행들의 관리방침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상계좌에 대한 금융사기 신고시 일출금 정지 방침에서 차이를 보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의 가상계좌에 대한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신고시 해당 가상계좌는 물론 모계좌에 해당하는 거래소의 입출금 계좌까지 함께 정지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코빗’은 지난 5월 중순부터 금융사기 신고로 여러차례 고객들의 원화 입금을 중단했다가 재개하기를 반복했다.

코빗 박상곤 대표는 최근 이와 관련해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등 각종 금융사기를 예방하고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입금정지와 재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객님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일련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신한은행 등 유관기관과도 긴밀한 협조속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공개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실명이 확인된 가상계좌라고 해도 거래소를 통해 발급된 계좌이기 때문에 거래소의 법인계좌가 모계좌에 해당한다”며 “가상계좌에 대한 금융사기 신고시 모계좌 역시 함께 금융거래를 중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은 신한은행과 관리방침이 조금 다르다. 가상계좌에 대한 금융신고에도 해당 계좌만 금융거래를 중지하고, 가상계좌와 연결된 거래소의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거래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 은행 가운데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발급한 은행은 신한(코빗), 농협(빗썸·코인원), 기업(업비트) 등 단 3곳에 불과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실명확인된 가상계좌는 실명확인이 된 만큼 해당 계좌만 거래를 중지하고 해당 계좌와 연결된 계좌에 대해서는 거래를 중지하지 않고 있다”며 “신한과 다른 것은 기업은행 만의 관리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시스템 차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빗썸·코인원의 경우 가상계좌를 금융신고로 정지해도 거래소의 다른 가상계좌까지 함께 거래가 정지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는 빗썸·코인원이 모계좌에 해당하는 법인계좌와 집금(입금)계좌를 분리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가상계좌 관리 방침과 농협·기업은행의 관리 방침이 서로 다른 가운데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신한은행의 관리방침 변화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30일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계좌를 이용한 금융사기가 급증함에 따라 신한은행은 가상화폐거래소 계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신한은행의 금융거래 중지 조치에 따라 가상계좌 이용자들의 불만이 증대됨에 따라 관리 시스템 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상계좌가 범죄에 이용되고, 전체 계좌 동결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에 따른 대책을 강구하겠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가상계좌를 모두 회수하는 등의 극단적인 방안은 마련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책이 마련되지 안겠냐"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