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 등 대형 구조조정 부담을 덜어낸 산업은행이 1억달러의 홍콩 현지법인 증자를 통해 해외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산업은행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KDB홍콩에 1억달러, 원화로 1181억원(17일 기준)을 증자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취임 이후 꾸준히 금융업의 해외진출을 강조해 왔다. 그는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심화로 해외진출 필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중점 추진 과제를 ‘글로벌·자본시장을 활용한 금융 산업 선진화 선도’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이 회장의 경영방침과 달리 산업은행은 그동안 대우조선해양·금호타이어 매각, GM철수 논란,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 다양한 구조조정 이슈에 해외사업 확대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었다.
산업은행의 이러한 어려움은 최근 굵직한 구조조정 이슈들이 마무리 되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특히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며 지난해 2조5000억원의 순익을 기록해 이익잉여금(은행계정)이 4조원대로 늘어나는 변화를 맞이했다.
여유가 생긴 산업은행은 결국 홍콩법인에 대한 증자를 결정하는 등 해외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번 증자로 홍콩법인의 자본금은 1635억원(1분기 말)에서 28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된다. 홍콩법인은 증자를 바탕으로 지난해 4억3600만 달러, 40%가까이 늘어난 여신 규모를 더욱 키워나 갈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홍콩의 영업자산이 빠르게 증가해 적정한 자본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이번 증자에 나섰다”며 “증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영업기반을 확충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홍콩을 시작으로 인도,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연결하는 ‘동남아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금융벨트를 중심으로 영업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 산은의 계획이다.
또 다른 산업은행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서 산은만의 경쟁력이 있다”며 “동남아 지역 자산을 내년까지 30억달러 수준으로 늘려 영업력 확대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