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당대표는 24일 국회 본청 215호에서 열린 제123차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어제 아침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울릉도와 독도 인근의 한국 방공식별구역 KADIZ를 침범하여 우리 군이 360여발의 경고사격으로 대응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중국 공군과 장거리 연합훈련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리의 영공을 타국의 군용기가 세 시간 넘게, 그리고 오후에 러시아 폭격기 KADIZ 진입까지 합하면 약 7시간동안 여러 차례 침범했다는 점에서 국민의 안보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표면상의 이유는 양국의 군사훈련이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힘겨루기가 현실화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이 한국과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며 양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해 한미일 동맹에 균열이 발생한 지금이 무력시위의 적기라고 판단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는 러시아와 중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규탄하고, 이를 즉각 사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그러나 다른 한편 한반도에서 열강들이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제 북한과 긍정적인 서신왕래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하며 두 달여 만에 군사 행보를 재개했다고 한다. 특히 공개된 사진에서 나타난 북한의 신형 잠수함은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즉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현재의 안보위기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작금의 위기는 문재인 정부 이후 심화된 미중일러 4강 외교의 몰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신북방·신남방 정책을 주창하며 4강 중심 외교에서 벗어난 외교 다변화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주변국의 코리아 패싱으로 돌아왔다”며 “외교활동에서 북한 관련 상황만 부각될 뿐 주변국과의 소통과 관계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일본의 경제보복과 중국, 러시아의 영공 침범 그리고 북미 간 대화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와 관련된 시급한 외교안보 현안들에서 우리 정부의 존재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손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할 수 있다’는 공허하고, 감정적인 언사만을 할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만 올인한 나머지 한반도를 위협에 빠뜨린 것이 아닌지,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4강 외교 전략이 제대로 수립되어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라며 “최근 외교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용어 중 하나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한다. 이 용어를 처음 제시한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해당하는 사례가 16번 있었고, 그 중 12건이 실제 충돌로 이어졌다고 한다. 특히 열강의 충돌이 주로 주변 소국의 국지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북핵 문제를 머리에 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교안보는 감정이 아니다. 엄중하고 냉혹한 현실이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감정적 태도를 자제하고, 4강 외교를 적극적으로 복원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위기를 불식시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