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젊어지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계는 조직 개편을 통해 의사결정 단계를 대폭 축소하거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자율복장을 도입하는 등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시장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자동차 품질과 신뢰성 향상은 물론 수익성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다는 목표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업체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연구개발(R&D) 조직을 개편했다.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설계‧전자‧차량성능‧파워트레인(PT) 등 5개 담당의 병렬 구조였던 연구개발본부의 조직체계를 ▲제품통합개발담당 ▲시스템부문(4개담당) ▲PM담당의 삼각형 구조로 단순화했다. 디자인담당과 상용담당은 연구개발본부 내 별도 조직으로 운영된다. 기능중심의 ‘병렬 구조‘에서 복잡성 줄인 ‘삼각 편대‘ 구조로 전환해 유연성과 책임감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오는 9월부터 직급을 1~2개로 통합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개편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직급은 2~4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이사대우-이사-상무로 세분화했던 상무 이하 임원 직급도 ‘상무’로 통일하기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충분한 임직원 의견수렴과 상세 제도 마련 등을 거쳐 올 하반기 인사제도 개편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연말에 실시되는 정기 임원인사를 경영환경 및 사업전략 변화와 연계한 연중 수시인사 체계로 전환하고, 출퇴근 및 점심시간 유연화, 복장 자율화 도입하는 등 조직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같이 직급체계를 대폭 바꾸는 것은 20년 만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이에 맞춰 조직문화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조직개편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수입차업계도 호칭을 파괴하는 등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 2008년 업계 최초로 직급을 모두 없애고 임원을 제외한 모든 사원 직급을 매니저로 통일했다. 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부터 대리‧과장‧차장‧부장의 직급 체계 대신 ‘OO님’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도 올해부터 직급을 없애고 ‘OO님’으로 통일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경직된 조직문화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변화는 경직된 조직을 수평화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자동차업계는 타 산업에 비해 경직되고 수직계열화가 심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이러한 흐름은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