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이 간단한 뇌파 측정으로 치매 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앞으로 치매안심센터나 1차 의료기관에서 관련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체항노화표준연구원은 전전두엽 뇌파 측정으로 치매 위험군을 선별해 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뇌파 측정을 위한 준비과정이 필요 없는 밴드형 전전두엽(이마) 뇌파 측정 기술만으로도 치매 선별검사지(MMSE) 수준의 치매 위험군 선별이 가능함을 밝힌 최초의 보고다.
2017~2018년 실시된 지자체 복지사업인 ‘뇌노화지도구축사업’의 검진결과를 분석한 연구며,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7월 18일 게재됐다.
현재 치매를 정밀진단하기 위해 서울신경심리검사총집(SNSB) 등 2시간이 소요되는 설문도구가 사용되고, 원인질환 분석을 위해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뇌척수액(CSF) 등을 추가로 검사한다.
긴 설문시간과 비싼 비용으로 인해 먼저 값싸고 간단한 방법으로 치매 위험군을 선별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전국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위험군 선별을 위해 값싸고 빠른 설문도구인 치매선별검사(MMSE)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검사 문항들이 단순해서 학습효과로 인해 반복 검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뇌파를 활용한 치매 진단 방법에 주목해 뇌파는 비침습적이고 학습효과가 없으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확한 측정을 위해 번거롭고 긴 준비시간이 필요하며 까다로운 측정 환경, 분석 기술의 복잡함 등으로 인해 임상현장에서는 뇌파를 활용한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평가 기술이 시기상조로 인식돼 왔다.
연구팀은 밴드 형태의 전전두엽 뇌파측정 기기를 활용해 이마에 부착된 전극에서 측정된 뇌파 신호를 분석해 인지기능을 평가하고 치매 위험군을 선별해 낼 수 있음을 밝혔다.
약 500명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휴지기 전전두엽 뇌파를 5분간 측정해 분석한 결과 MMSE와 높은 상관성을 나타냈다.
즉 인지기능과 연관성이 알려진 휴지기 뇌파 바이오마커인 MDF, PF, ATR이 모두 MMSE 24점 이하 군에서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낮은 MMSE 점수군에서 뇌파의 세 바이오마커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작아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MMSE 점수를 예측하는 통계모형도 개발해 치매 선별에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준비 과정이 필요 없고 학습효과가 없으며 저비용으로 실제 임상에서 쉽게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뇌파 측정기술을 통해 치매 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이번 기술의 혜택을 국내 어르신들이 비용 부담 없이 먼저 누리실 수 있도록 사천시가 선도적으로 본격 도입에 착수했다.
지난 5월 인체항노화표준연구원과 치매가능성 조기 발견과 예방 사업 상호 업무협력(MOU)을 체결하고, 치매안심센터, 보건소/진료소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10회에 걸친 브레인케어 전문가 양성교육을 실시했다.
사천시는 치매안심센터와 4곳의 진료소에 먼저 설치해 운영을 준비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치매안심버스를 도입해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마을 구석까지 찾아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치매 코호트 빅데이타 분석 및 교육센터를 사천시에 설치해 이번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자 하는 치매안심센터나 보건소에 단계적으로 무상 지원해 전국적인 확대의 중심지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인체항노화표준연구원 최정미 원장은 "뇌노화지도사업을 통해 이미 연구성과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현재 사천시에서 관련 복지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어 어르신 치매 예방 및 관리에 사천시가 선도적인 롤 모델로 부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천시 보건소 유영권 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실제 지역 보건 현장에서 폭넓게 활용 가능한 기술로 건강한 노령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파급력 있는 성과를 제공했다는데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사천=강종효 기자 k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