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김없이 국내 자동차업계의 ‘하투(夏鬪)’가 예고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 한국GM 노조까지 파업 태세에 돌입하면서 여름휴가가 끝나는 다음달 9일쯤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7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현대차), 노사 상생선언(르노삼성) 등 모처럼 거둔 성과가 꺼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에서 난항을 겪자 29일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날 일부 특수 공정 조합원 대상 투표를 시작으로 30일 울산·전주·아산공장, 남양연구소 등 전체 5만명가량 조합원이 참여하는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
노조는 앞서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과 함께 파업 찬성이 절반을 넘으면 노조는 합법 파업을 할 수 있다.
노사는 5월 30일 상견례 이후 16차례 교섭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노조는 이달 17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당기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을 요구했다. 또 정년을 현재 만 60세에서 국민연금법에 따른 노령연금 수령개시일이 도래하는 해의 전년도(최대 만 64세)로 바꾸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하는 것을 요구안에 담았다.
인원 충원, 해고자 복직, 고소·고발 철회 등도 요구했다.
일방적 납품단가 인하 근절, 최저임금 미달 부품사에 납품 중단 요구 등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별요구로 넣었다.
기아차 노조도 30일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지난 23일 10차 임금협상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한 뒤 다음날 중노위에 쟁의조정신청을 완료했다. 현대차 노조와 마찬가지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2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한국GM 사측은 7차례 진행한 단체교섭에서 노조의 교섭요구안에 대해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추가 교섭은 의미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조 측은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회사 경영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을 두고 1년여 갈등을 겪었던 르노삼성은 8월 중순부터 임단협 협상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노조가 파업권을 획득하면 여름 휴가가 끝난 8월 중순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때 전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으로 꼽히던 대한민국 위상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멕시코에 6위 자리를 내어주고 7위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멕시코와 한국의 생산격차는 지난해 생산격차보다 4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노사 갈등이 매년 지속되게 되면 업체의 부담 증가는 물론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