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와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상반기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은행들의 보수적인 대출 취급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 본연의 역할인 실물부문에 대한 자금공급에 충실히 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31일 개별 은행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개 대형은행의 올해 상반기 원화 대출채권은 평균 2.85%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평균 대출채권 증가율(3.00%) 보다 0.15%p 하락한 수치다. 이는 은행들이 올해 들어 대출증가 속도를 조절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올 상반기 대출 증가율은 0.9%로 대형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증가율 4.00%에서 1년만에 대출 성장률을 4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경기부진에 따라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조절했다는 입장이다.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CFO)는 지난 18일 있었던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당초 올해 여신성장 목표치를 4~5%로 잡았는데 연간 여신성장 목표를 3%대로 낮춘다”면서 “수익성을 감안해서 선별적으로 성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상반기 대출채권 증가율 1.44%를 기록해 6개 은행 평균을 크게 하회했다. 특히 농협은행은 이들 은행 가운데 올해 대출 재원으로 활용되는 예수금이 8.4% 가장 크게 증가했음에도 가장 낮은 대출 성장율을 기록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상반기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대출이 많이 상환돼 대출증가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며 “가계대출이나 기업대출 증가속도는 조절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한·하나·우리은행이 올 상반기 중소기업 대출을 5~6% 늘린 상황에서 농협은행의 중기대출 성장률은 0.43%에 불과해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졌다.
한편 신한·하나·우리·기업 등 4개 은행은 앞서 두 은행과 달리 올 상반기 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신한은행이 올 상반기 가장 높은 4.60%의 대출채권 증가율을 보였으며, 기업은행이 4.50%로 신한은행과 근소한 차이를 기록했다. 뒤이어 하나은행(4.10%), 우리은행(3.20%) 순서로 증가율이 높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대출채권 증가율이 가장 크게 올라갔다. 신한은행은 1년만에 증가율이 1.60%p 늘어났으며, 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0.90%p, 0.80%p씩 성장율이 증가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대출을 가장 적극적으로 확대한 신한은행과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 국민·농협은행의 대출 연체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반대의 결과를 불러왔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대출 연체율이 0.06%p,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0.05%p 악화됐고, 국민·농협은행은 연체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유지되거나 소폭 개선됐다. 두 지표는 대출의 건전성을 보여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확대하다 보면 연체율과 고정이하 연신비율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면서도 “대출 성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출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