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녹두꽃’에서 전봉준 역을 맡은 배우 최무성은 한눈에 봐도 큰 체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그가 전봉준을 연기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왜소한 것으로 알려진 ‘녹두장군’ 전봉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드라마가 시작되자, 이와 같은 의문을 품는 이들은 점차 줄었다. 최무성이 뜨거운 연기로 인물을 그려내며 깊은 울림을 전한 덕분이다.

드라마 종영 후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만난 최무성은 ‘녹두꽃’에 쏟아진 호평에 관해 “의미 있는 작품인 만큼, 시청자가 보시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의기투합해 열심히 만들자는 열의가 넘쳤다”면서 “제작진과 출연진, 보조출연자들까지 동료애로 뭉쳐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한 것이 좋은 평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무성은 실존 인물인 전봉준을 연기한 것에 관해 “처음엔 두려움이 앞섰다”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럼에도 이 역할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최무성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믿음이 가는 어른 같은 존재, 그 사람 말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역할이잖아요. 겁은 조금 났지만, 의기가 있는 인물을 꼭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두려웠던 건 내가 이 인물을 믿음이 가게끔 그려낼 수 있느냐의 문제였어요. 외형적인 닮은은 부분적인 것이고요. 인물이 가진 무게감이 시청자에게 느껴지는 게 중요했죠. 저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영웅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쉽지 않겠다는 걱정이었어요. 하지만 정현민 작가님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좋은 글을 써주신 덕분에 대본이 많이 기대며 연기했죠.”

두려움을 딛고 대본에 기대며 한 발자국씩 나아간 최무성이 전봉준을 연기하며 가장 공을 들였던 것은, 인물의 이면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녹두꽃’을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사람이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라고 강조한 최무성은 전봉준을 연기하며 그가 위인처럼 그려지지 않길 바랐다고 귀띔했다.

“‘녹두꽃’서 전봉준은 민초들과 뭉쳐 억울함을 덜고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에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인물이죠. 저에겐 그 부분이 가장 중요했어요. 다른 건 두 번째였고요. 그것이 시청자에게 잘 전달되길 바랐는데, 어느 정도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고생스러운 환경에서도 여러 출연자가 함께 힘써준 덕분이고요. 모든 출연진이 마음을 합쳐 연기했다는 것에 특히 큰 자부심이 들어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최택(박보검)의 아버지로 깊은 인상을 남긴 최무성은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미스터 션샤인’ 영화 ‘롱 리브 더 킹 : 목포영웅’ 등 최근작으로 꼽을 것도 여러 개다. 소설가 천명관 작가가감독으로 데뷔하는 영화 ‘뜨거운 피’의 촬영도 앞두고 있다. 최무성은 쉴 틈 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으로 연극 연출을 꼽았다. 꾸준히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것이, 일 같은 휴식이라는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은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달라요. 연극 작업을 하며 자극을 받기도 하고 쉬기도 하죠. 시간이 없어도 어떻게든 만들어서 연극을 연출해요. 내년에도 한 작품 정도 올리기 위해 준비 중이고요. 그게 저에겐 활력이에요. 연극에서 시작했으니, 시작점에서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이매진아시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