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이어 오는 28일부터 한국을 우방국(백색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피해와 영향이 올 3분기 안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일 정부와 주요 경제전망 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악영향은 이미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부분은 수개월치 물량을 미리 확보한 덕분에 산업 시계가 당장 올스톱 되진 않을 전망이지만, 재고 물량을 소진한 이후가 문제다. 이르면 3개월 후부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은 수출규제 영향을 그대로 받게 된다. 앞서 수출규제 대상이 된 3개 품목은 반도체 공정 핵심 소재로 일본산 수입 비중이 90% 이상일 만큼 대일 의존도가 높다.
지난달 4일 일본이 수출규제를 적용한 반도체 핵심소재 3개(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품목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수출 허가를 받지 못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국가로 지정되면서 이 과정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업계는 일본산 부품의 수개월 치 재고를 확보하는 등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계획)을 가동 중이다.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 중소기업계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장은 피해를 우려할만한 수준에 이른 기업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한데 이어 다음주 이후 긴급조사를 수시로 실시해 사태추이를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달 15일부터 일본 수출규제 애로신고센터를 전국 12개 지방청에 설치했다.
다만 일본의 무역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대기업의 피해에 따른 연쇄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품목이 늘어날 경우 중소 제조업 전반의 크고 작은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위탁을 받아 물품을 제조하는 수탁 중소제조업체의 비율은 70%가 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소재·부품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생산, 마케팅, 공급에 이르는 일목요연한 체계를 만들어, 중소기업이 국산화 개발에 성공하면 이를 구매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