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한다.” “시의원들이 이 정도로 저질일 줄은 몰랐다.” “고양시에서 사는 게 창피하다.” “이제는 정말 시의회 문을 닫아야 한다.”…
경기도 고양시의회의 비정상적이고 잘못된 행태가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시민들의 조소와 빈축, 비난과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정파 갈등과 파행, 잇따른 시의원의 음주운전 적발, 의장에 대한 주민들의 소환운동 등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급기야 음주운전 동료의원의 징계를 다룰 윤리특위 회의장에 술에 취한 상태로 참석한 시의원까지 나왔다.
8일 열린 ‘김서현 의원 음주운전 관련 윤리특위’ 회의장 밖에서 희한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윤리특위 위원인 정판오 의원이 술 냄새를 풍기며 회의장에서 나오다 이를 감지한 시민들과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그 과정에서 정 의원은 잘못한 게 없다며 큰소리를 치고 이 장면을 촬영하던 기자의 장비를 파손하기까지 했다.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한편의 코미디(희극)였다. 동료의원의 음주운전 징계문제를 다루는 자리에 술에 취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웃기는 일이다. 게다가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을 향해 “내가 뭘 잘못했냐”며 화를 내면서 고함을 지르는 장면은 더욱 웃긴다. 실제로 현장에 있었던 몇몇 시민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처구니가 없어 나온 ‘실소(失笑)’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오히려 트래지디(비극)에 가깝다. 입만 열면 시민을 위한다고 떠벌리면서 전혀 그와 딴판으로 행동하는 시의원의 한심한 작태가 참으로 슬프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의 시민들 사이에서는 가슴을 치는 이들이 있었다.
사실 고양시의회의 웃기고도 슬픈 모습은 차고 넘친다. 최근에만도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정파 싸움을 벌이면서 1개월 넘게 시의회를 파행시켰다. 올해 들어 벌써 3명의 시의원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김서현 의원의 경우 음주운전 사실을 속이려다 들통이 나는가 하면 취중에 본회의 시정질의를 감행하면서 횡설수설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강경자 의원은 시민에게 막말과 욕설을 한 혐의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고양시의회 일부 의원의 자질 관련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사건의 장본인인 정 의원만 해도 그렇다. 본래 건축업자로서 당당히 건설교통위원회 소속으로 배정받은 그는 현재 한 시민의 집을 건축하면서 일어난 불미스런 일로 소송전을 벌이는 등 구설수에 휩싸여 있다.
김 의원도 마찬가지다. 음주운전과 거짓말, 취중 시정질의 외에도 그 전날 밤 음주 자리와 관련한 구구한 루머에 휘말려 있다. 이 루머가 사실로 확인되면 고양시의회에는 또 한바탕 거센 회오리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김 의원의 징계 문제도 대충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전에 그랬듯이 탈당이나 출당 등 제스처만 취하고 넘어갈 듯하다. 더구나 정 의원 사건은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상황이 이러자 많은 시민들은 답답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8일 정 의원 사건이 일어난 뒤 푸념처럼 내뱉은 한 시민의 말을 그대로 옮겨보자.
“고양시의원, 정말 대단하네요. 저런 철면피에 막무가내는 일반인들로선 감히 엄두도 못 낼 겁니다. 시의회에 시의원의 징계를 맡기는 건 말도 안 돼요. 우리 시민들이 나서든지 뭔가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시의회를 아예 폐쇄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