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등 경제침략,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안보위협,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여파 등 대한민국을 둘러싼 대내외적 정세가 복잡한 가운데 정당을 초월해 국회 차원의 하나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해찬(더불어민주당)·황교안(자유한국당)·손학규(바른미래당)·정동영(민주평화당)·심상정(정의당) 여·야 5당 대표는 12일 국회 사랑재에서 초월회 오찬회동을 갖고, 일본 경제보복 대응책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 최근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문 의장은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말이 필요하다”면서 “초당적 의회외교와 안보태세 확립을 위해 여야를 떠나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동주공제는 ‘같은 배를 타고 천(川)을 건넌다’는 뜻으로, 정쟁을 멈추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 문 의장의 의지표현이다.
그는 “나라 사정이 간단치가 않다. 미증유(未曾有)의 안보·외교·경제 위협이 다가오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하는 위험에 부딪혀 있다”며 “여야 대표들이 민관정 협의회 구성을 합의해 국민들에게 많은 위안과 기대를 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범국가적 비상협력기구가 마련된 만큼 입법으로 필요한 사항은 한목소리를 내줄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20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상황에서 여러 현안과 계류 중인 민생법안의 처리, 예산결산 등 국회가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여·야 5당 대표들과 함께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하지만 문 의장의 주문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에 앞서 이해찬 민주당대표는 “지금 상황이 아주 엄중하다. 아베 정부가 수출규제를 했고 미중 무역 전쟁에 이어 경제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가도 많이 하락했고 환율도 많이 올랐다. 나라 안팎이 어려운 상황인데 이럴 때일수록 국회가 역할을 잘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달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린다. 그동안 20대 국회가 입법활동을 잘 못 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는데 이번 정기국회는 생산성 있는 좋은 국회로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입법, 예산심사, 공공외교에서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국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문 의장의 뜻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황교안 한국당대표는 “우리 당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전환하고 안보정책을 바로잡는다면 초당적으로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본 수출규제 대응도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정말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여당인 민주당을 향한 날을 세웠다.
특히 “북한이 우리에게 직접적 위협을 가하고 최근에는 모욕과 조롱까지 하는 상황이 됐는데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장관 청문회와 관련해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6차례 장관급 인사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그대로 임명됐다. 이번만큼은 국회가 무시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며 초당적 협력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바른미래당도 유사한 입장을 내보였다. 손학규 미래당대표는 “외교가 실종됐는데 정부에서는 제대로 된 외교 능력을 보일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는 정치권이 그렇게 반대하는데 왜 굳이 임명하느냐. 국론 분열, 정치권과 국민의 편 가르기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제대로 반성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돼 운영되는데 선거법 개정은 한국당도 그렇지만 민주당에서 좀 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지난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린 취지를 살려 제대로 된 제도개혁으로 우리나라 정치구조를 바꾸는 데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동영 평화당대표는 “8·15에 정부의 '문재인 독트린'이 나와야 한다"며 "단순히 한일 경제전쟁뿐 아니라 한일, 한미, 남북, 한중, 한러 4강의 이익이 한반도 상공에서 충돌하고 있는데 국가 이익을 어떻게 보전할지 국민적 컨센서스를 위한 큰 그림이 나와야 한다”면서 협력을 위한 정부의 큰 그림을 요구했다.
아울러 정 대표는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8월 31일이 선거제 개혁 분수령이고 이를 넘기면 20대 국회는 사실상 파산”이라고 경고하며 “8월 말에 정개특위에서 선거제 개혁을 하는 것에 황교안 대표도 어떻게든 참여해 함께 합의안을 만들어 의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한국당을 향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대표는 “정개특위는 도대체 왜 연장했느냐. 최소한 성의 있는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여당도 제1소위원장 교체 요구에 끌려 다닐 시간이 없다. 이해찬 대표가 숙고해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 경찰조사에 성실히 응할 수 있도록 황교안 대표가 지휘해주길 부탁한다”며 여당과 제1야당의 적극적인 모습을 촉구했다.
여기에 심 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만큼 신속하게 국회 경제원탁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한다. 그 자리를 통해 첫째로 아베정권 경제침략에 대응해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여야 5당 대표 TV토론을 하자”며 초당적 협력과 원만한 20대 국회 마무리를 위해 여야 5당대표가 참여하는 ‘경제원탁토론회’ 개최도 제안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