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암전’ 뒤로 갈수록 안 무서운 도시괴담

[쿡리뷰] ‘암전’ 뒤로 갈수록 안 무서운 도시괴담

‘암전’ 뒤로 갈수록 안 무서운 도시괴담

기사승인 2019-08-13 08:00:00


10년 전 한 대학교 영화학과 학생들이 찍은 한 편의 영화. 너무 무서운 나머지 상영회 도중 관객들이 도망치고 심장마비로 사망한 학생까지 있다는 영화. 감독이 “이건 내가 찍은 영화가 아냐. 귀신이 찍은 거야”라고 말했다는 영화. 구전으로 전해지는 도시 괴담 같은 이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게 사실인지를 묻기보다 얼마나 무섭길래 하는 궁금증이 먼저 떠오른다. 영화 ‘암전’(감독 김진원)은 같은 방식으로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공포영화를 준비하던 신인 감독 미정(서예지)은 제목도, 출처도 모르는 이 영화에 강한 이끌림을 느낀다. 그것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미정은 폐인처럼 살고 있는 그 영화의 감독인 재현(진선규)을 만나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라’는 경고를 듣는다. 하지만 미정은 결국 영화 일부를 보게 되고, 홀린 듯 그 영화를 찍었다는 극장으로 걸어 들어간다.

‘암전’은 무서운 존재의 실체와 그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구조다. 그 영화에 대한 소문에서 그 영화가 존재하는 현실, 그리고 그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관객에게 그 과정을 소개하는 미정의 스토리와 다른 시간, 다른 세계관의 영화가 ‘암전’에서 만난다. 두 개의 이야기가 부딪힐 때 어떤 결과를 낳을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하게 하는 서사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다만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쉽다. ‘암전’은 86분이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영화의 톤을 계속 바꾼다. 개인의 상처를 다룬 드라마에서 인물들의 갈등을 다룬 스릴러, 기이한 존재가 연출하는 슬래쉬 무비까지. 투박한 편집과 전개는 영화를 만드는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지게 한다. 그 결과 내가 영화를 보고 있다는 감각이 드는 순간 무서움과 긴장감이 반감된다. 내가 겪을 수 있는 현실로 느껴지지도 않고, 인물들의 선택에 공감하기도 어렵다. 결국 술 자리에서 들은 것 같은 도시 괴담의 영상화, 각기 다른 에피소드 모음집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진다.

‘암전’이 정말 무섭게 느껴진다면 폐쇄된 극장의 분위기와 열연을 펼친 배우의 몫이 크다. 영화는 세트장이 아닌 80년 만에 폐쇄된 전북 군산의 국도극장을 활용해 몰입도를 높였다. 배우 서예지는 몸을 아끼지 않고 역할에 몰입해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오는 15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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