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는 13일과 20일 밤 2부작으로 ‘시사기획 창-밀정’을 선보인다.
‘밀정’은 독립운동 진영의 치명적 정보를 일제에 은밀히 빼돌린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KBS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밀정 혐의가 짙은 한국인 895명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밀정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는 사실상 없었다. 자료도 많이 부족한 데다가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상찬하는 데도 예산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사기획-창’은 일본 외무성·방위성·헌정 자료실 등에 각각 보관된 자료·공문서 등 각종 기밀문서 5만장을 분석해 2주에 걸쳐 방송할 예정이다.
KBS가 일제강점기 시절 각 기관이 작성한 ‘정보 보고서’를 토대로 지난 8개월간 한국인 밀정을 추적했다. 방대한 문서 속에서 밀정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지만, 2000년대 이후 일본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과거보다 나아진 점 등이 좋은 조건으로 작용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13일 방영되는 ‘1부-배신의 기록’에서는 밀정 혐의가 짙은 895명의 실명을 공개하며 중국 당국이 지난 1945년 작성한 내부 문서에 등장하는 밀정의 얼굴도 공개할 예정이다. 밀정 혐의자 중에는 현재 독립유공자로 등록돼 건국훈장 독립장 등을 받은 사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깊이 있게 다루는 인물로는 김좌진 장군과 함께 1920년 청산리 전투를 수행한 독립군 대원으로서 김좌진의 비서 역할을 맡은 최측근 ‘이정’이다. 그가 남긴 ‘진중일지’에서는 청산리 전투를 앞두고 북로군정서 내부 동향을 기록한 내용이 담았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KBS 탐사보도부는 ‘이정’이 일제에 밀고한 내용을 알릴 예정이다.
또 집중할 인물은 안중근 의사의 거사 동지 ‘우덕순’이다. 그는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때 만일에 대비해 채가구역에서 이토를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토가 채가구역에서 내렸다면 거사의 영웅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도 1920년대 친일단체인 ‘조선인민회’ 하얼빈지부장을 맡으며 밀정들을 관리하고 통솔하는 위치에 있었음을 매체가 보도할 예정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