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휴가가 끝나자마자 완성차 업계에 본격 파업 준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매년 반복되는 자동차업계의 파업은 업체의 부담 증가는 물론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특히 올해 대내외적으로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이미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임금협상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한국GM 노조는 지난 14일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본사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임한택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장은 대회사에서 "여러 가지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시기적 상황들이 만만치는 않다"면서도 "사측이 바라는 것이 투쟁이라면 반드시 이번 파업 투쟁으로 분명한 결과물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뒤 13일 사측과 8차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또 지난달 9일부터 24일까지 7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사측이 기본급 인상 등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교섭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노조는 앞서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임협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했다. 또 인천 부평2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망 계획,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에 대한 확약도 요구했다.
사측은 회사 경영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았다며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격려금 지급 등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 임단협 '모범생'으로 불리었던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경 투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 15만3335원(8%) 인상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인상폭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는 한국과 일본의 갈등으로 국내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고려해 파업 결정을 미루고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4일부터 20일까지 집중교섭을 위한 성실교섭 기간을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장 파업에 나서지 않지만 앞서 휴가 직전인 지난달 30일 전체 조합원 대비 70.54%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한 만큼 파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