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펀드(DLF)와 키코(KIKO)의 비극은 은행이 고객을 대상으로 초고위험 상품 가입을 권유하면서 시작됐다” 최근 제2의 키코사태로 불리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DLF 원금손실 위기를 두고 전문가의 이 같은 진단이 나왔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선종 숭실대 법대 교수는 키코와 DLF의 공통점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키코는 환율과 계약 금액을 미리 정해 그 사이의 환율로만 외화를 판매하는 환 헤지 파생상품이며, DLF는 금리와 환율 실물자산 신용등급 등의 변동과 연계해 사전에 정해진 방법에 따라 만기 지급액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DLF는 최근 우리은행(4012억원)과 하나은행(3876억원)을 중심으로 판매된 영국 CMS(이자율 스와프) 및 독일국채 금리 연계 상품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88%, 원금손실 규모가 최대 9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돼 ‘제2의 키코’로 불리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두 상품의 설명서를 보면) 숫자는 많고 이해하기는 어려운데 은행원이 금리가 조금 더 높다고 설명하니 (금융소비자가) 믿고 가입한데서 비극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파생상품 전문가가 아닌 기업과 개인에게 옵션을 인수하게 은행이 권유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권사를 찾아가는 금융소비자와 은행을 찾아가는 금융소비자 사이에는 (위험부담을 추구하는 성향의) 차이가 있다”며 “은행이 초고위험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계속 권유하도록 나둘 것인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순 변호사도 은행의 파생상품 판매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은 금융감독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며 “핵심은 투자은행(IB)와 상업은행(CB)을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은행은 증권사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증권사와 CB가 분리되어 있지만, CB에서 키코나 DLF와 같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키코나 DLF 같은 상품을 증권사에서 팔았다면 (금융소비자들도) 위험이 크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만나본 피해자들은 정기예금만큼 안전하다는 말에 이러한 상품에 가입했다”면서 “어느 나라도 이런 상품을 CB에서 판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키코사태에 대한 부실한 금융당국의 대응이 오늘날 DLF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과거 키코사태 당시 기관장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면 지금 DLF와 같은 상품은 판매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키코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모 은행 지점장은 현재 금융지주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지금과 같은 상태로 계속 간다면 제3의 파생상품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키코 공대위는 은행의 파생상품 판매 문제가 계속되자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공개 질문에 나섰다. 공대위는 은 후보자에게 “은행들이 파생상품이나 파생결합증권을 통해 옵션매도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생각과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대위는 은 후보자의 답변에 따라 공식적인 낙마운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