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독일국채 금리 인하 추세가 뚜렷한 올해 5월까지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것을 두고 논란이다.
한 시민단체는 DLF의 기초자산이 되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펀드 판매를 사기로 규탄하고 검찰 고발에 나서기로 했다. 반면 은행 측은 판매 당시 국채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며, 투자자도 이러한 기대에 따라 가입한 만큼 정상적인 투자라는 입장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동 DLF는 올해 5월 31일까지 판매됐다. 총 판매액은 1255억원으로 이달 7일 기준 판매액 전체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고,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경우 예상 원금손실률은 95.1%에 달한다.
◆독일국채 금리 지속적 하락=논란의 시작은 독일국채 금리의 계속되는 하락세 속에서 우리은행이 펀드판매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독일국책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1월 말 0.697%에서 시작해 6월 말에는 0.303%, 12월말에는 0.246%까지 하락했다. 이후 올해 들어 3월말 -0.071%까지 떨어졌다. 4월말 0.013%로 소폭 반등하기도 했지만 5월말 -0.203%까지 다시 하락하며, 이달 19일에는 -0.651%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금리연계 DLF는 독일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손익이 결정된다. 펀드 만기시 금리가 -0.20%에서 -0.33% 수준(베리어)까지 하락하지 않으면 연 4~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반대로 독일국채 금리가 베리어를 벗어나면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우리은행 측은 이에 대해 마이너스까지 하락한 독일국채 금리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상품을 계속해서 팔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DLF는 투자 상품인 만큼 당시 상황에서 상품의 가입은 최종적으로 투자자의 몫이며, 그 책임도 투자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품이 설계될 당시 독일이 양적완화를 줄이고 금리 정상화 의지를 보여 국채금리가 오르겠다는 전망을 가지고 상품이 만들어 졌다”며 “상품을 판매할 당시에도 투자자는 국채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투자 판단에 따라 상품에 가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설명처럼 실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 12월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를 선언하며 채권금리의 인상 시그널을 보냈다. 여기에 4월 독일국채 금리가 소폭 반등하기도 했다.
◆금리하락 경고 속 판매 강행=하지만 올해 들어 시장 곳곳에서는 장기적으로 독일국채 금리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였다.
ECB는 경기침체 우려에 3월 시중은행에 값싼 금리로 대출에 나서며 다시 양적완화 기조로 선회했다. 여기에 IMF는 4월 ‘2019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3.5%에서 3.3%로 하향조정해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를 공식화했다.
또한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2월부터 꾸준히 글로벌 펀드자금이 주식에서 이탈해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경기둔화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를 높이고 이는 채권에 대한 수요를 높여 채권금리가 떨어지는 결과를 내놓는다.
이에 하나은행이 3월을 끝으로 DLF 판매를 중단했음에도 우리은행은 5월말까지 펀드 판매를 유지했다. 그 결과 4~5월 우리은행 DLF에 가입한 가입자 모두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면서 우리은행의 펀드 판매 논란을 불러온 것.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투자자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에서 상품을 판매한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의 침체 경고가 나오고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진입한 시점에서는 고객 보호를 위해 펀드 판매를 중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키코 공대위 관계자는 “독일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을 안 이후 판매를 적극적으로 한 것은 의도성이 다분히 있으며, 그 지점부터 사기라는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은행은 손실이 예상되더라도 반등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DLF는 투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이러한 의사결정을 두고 내부통제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검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DLF 판매와 관련해 다각적으로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