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특혜로 의사가 된다니, 환자는 아찔하다

[기자수첩] 특혜로 의사가 된다니, 환자는 아찔하다

기사승인 2019-08-23 03:00:00

전국 성적 상위 1% 수재들이 들어가는 의과대학.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똑똑한 이들끼리의 경쟁은 물론, 공부할 과목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여기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려면 대학병원 전공의 과정도 밟아야 한다. 요즘 전공의 사정이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올해 과로로 사망한 전공의가 있을 정도로 의사 양성과정은 힘겹고 어렵기로 유명하다.

종종 똑똑한 학생들이 유독 의대에 몰리는 현상이 사회적 우려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내심 안심되는 일이기도 하다. 자기 몸이 소중하고 병이 위중할수록 의료는 최고로 받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사람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되려면 그 힘든 공부를 잘하고, 또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입시 특혜 논란으로 이런 상식이 뒤엎어졌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2주만에 병리학 논문을 써 제1저자에 등재되고, 이 논문을 가지고 시험 한 번 보지 않고 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간다.

의전원에서는 2번 유급을 받고도 3년간 6번의 특혜가 의심되는 외부 장학금을 받는다. 지도교수는 '위로 차원'이라고 해명하는데 정작 의대생과 의전원생들은 '황당하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유급 3번이면 퇴학인 학칙을 이 학생 때문에 아예 없앤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가 지나온 길을 짚어보면 유독 힘겨운 길목마다 특혜가 서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만일 의사가 아니라 과학자였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과학자는 연구성과로 증명하면 될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의사는 환자로 증명하는 사람이다. 환자 생명을 다루고, 의료현장 전체를 지휘하는 일을 한다. 현장에서 의사의 판단은 여러 환자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중한 책임을 갖는다. 양도 많고 어려운 공부와 시험을 치르면서 검증의 검증을 거치는 이유다.

제대로 검증된 절차가 아니라 어려운 고비마다 특혜로 겨우 겨우 만들어진 의사가 내 주치의가 된다면 어떨까. 실력있는 의사로 둔갑해 병이 위중한 어머니의 담당의사로 만난다면 어떨까. 누군가의 목숨 값도 특혜로 해결할 것인가. 환자들은 간담이 서늘해진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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