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이 고조되면서 유통가의 추석 선물세트까지 여파가 미쳤다. 현재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일본산 주류와 식품들을 모두 선물세트 행사 목록에서 제외했다. 명절 시즌 흔히 볼 수 있었던 사케, 와규, 화과자 등이 종적을 감췄다. 대신 업계는 한우와 전통주 등 국산 신선식품에 집중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사케 등 조미식품 2종을 선물세트로 판매했지만, 올해는 팔지 않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 한 조치“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 추석 화과자와 모찌떡, 롤케이크 등을 판매했으나 올해는 추석 선물 목록에서 제외했다.
대신 신세계백화점은 전통주를 찾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DIY 막걸리 세트’를 선보였다. 막걸리 분말을 물을 섞어 이틀간 숙성 시키는 제품으로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도 사케 등 일본 제품을 선물세트에서 제외시켰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명절선물은 한우, 청과, 굴비 등에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나온다"면서 "기존에도 일본 제품은 상품수가 많지 않아, 관련 제품들이 빠진다고 해도 매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명절 인기 상품인 한우에 집중했다. 총 5만2000세트를 준비해 역대 최대 물량으로 선보인다. 특히 기업·개인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10만원대 한우 선물세트를 지난해 추석 대비 약 25% 늘렸다. 기업과 개인 고객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추석과 세트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했다고 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도 추석 선물세트에서 일본 지우기에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해 일본산 위스키를 추석 선물세트로 판매했으나 올해는 판매 목록에서 뺐다. 롯데마트는 지난 설 명절 전 점에서 ‘아사히 스페셜 기프트 패키지’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진행하지 않는다. 홈플러스도 사케나 아사히 등 일본 제품은 모든 선물세트 구성에서 제외했다.
편의점 CU도 기존 추석 선물세트에 있었던 사케, 와규 등의 제품을 뺐다. CU관계자는 “올해 추석 선물세트 총 210여 가지 중 주류를 제외한 전체상품의 97%는 국산제품”이라고 강조했다. GS25에서도 지난 설 판매했던 일본 맥주 선물 세트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올해 추석 전통주 선물세트를 대거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이 자칫 선물세트에 포함됐다간 소비자들 사이에서 뒷말이 돌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불매운동이 고조되는 만큼, 업계에서도 신중을 기하는 눈치”라고 귀띔했다. 이어 “예년 추석연휴보다 기간이 짧아진 만큼, 10만원대 한우 선물세트 등 실속형 상품이 대거 늘어난 것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