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특별히 삭감을 감행하지 않는다면 내년도 국가예산이 510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2%p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경제성장률 침체와 시장여건의 어려움을 감안해 확장적 재정운영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20년 정부 예산안의 대략적 규모에 대해 밝혔다. 그에 따르면 정부 예산은 올해 대비 약 9%를 상회하는 약 513조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와 관련 홍 부총리는 “최근 글로벌 경제 상황과 경기하방리스크, 올해와 내년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2020년 예산안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확장적 재정기조 하에서 편성하는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대응 등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 활력 제고와 포용 강화 뒷받침, 중장기적 재정여건 및 정책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2022∼2023년까지 중기적 관점에서 재정건전성도 감안했다”라고 부연했다.
세입여건이나 세출여건, 세출소요, 재정건전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어느 정도로 예산을 확대편성해야 재정이 경기 하방리스크를 뒷받침할지를 정책적으로 판단한 결과이며, 지금의 여건이나 여력상 내년 예산 규모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홍 총리는 “올해 경제 어려움이 내년 세수 실적에 반영되는데 특히 법인세 측면에서 어려움이 예상돼 내년 세입여건은 올해보다 더 어렵다”고 전했다. 세수여건 악화로 인한 적자국채 발행규모 또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수준은 올해 37.2%에서 내년 39% 후반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국가 예산에 관련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매년 2조원 이상 예산을 지속 반영하겠다”면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지원 기반을 구축해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 핵심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금융, 인력양성·산업협력 등을 지원, 산업 자립화를 꾀한다는 계획도 다시금 언급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정부 경제성장률 목표치 2.4~2.5% 달성이 쉽지 않다는 답변을 한 바 있다. 다만 2.0% 성장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의 질문에는 “그조차 어려우면 이 자리에 있어야 하겠느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하며 의지를 보였다.
같은 날 홍 부총리와 함께 자리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8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2.2%의 달성 가능성을 묻는 박 의원의 질문에 “일본 수출규제의 부정적 영향은 아직 감안하지 않았다. 여건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전망수치를 조정할 만큼은 아니다”면서 “한은이 봤던 성장률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