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삼킨 여인숙 목숨 잃은 노인들, 안전사각지대 ‘신음’

화마가 삼킨 여인숙 목숨 잃은 노인들, 안전사각지대 ‘신음’

기사승인 2019-08-26 16:30:18

전북 전주의 한 여인숙에서 화재로 3명의 폐지 줍는 노인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 사고에 폐지 수거 노인들의 주거복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일 새벽, 전북 전주의 한 오래된 여인숙에서 번진 화재로 폐지를 주워 어렵게 생활하던 노인 3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더욱이 이들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여인숙은 지난 1972년 지어진 노후 건물로 쪽방과 같은 11개 객실이 이어진 구조로,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다가 화마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방화로 인한 화재로 밝혀진 이번 사고로 지은 지 38년이 넘은 여인숙에서 ‘달방’(보증금 없이 월세를 미리 내고 사는 숙박시설)으로 지내오던 A(83)씨와 B(76)씨, C(72)씨 등 3명이 숨졌다.

문제는 가족 분화에 따른 1인 가구 증가에 맞물린 급속한 고령화의 그늘에 많은 노인들이 폐지를 수거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지만 폐지를 줍는 노인들 중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전북도의 경우 14개 시·군에서 폐지를 주워 생활하는 노인들의 현황 파악도 안 된 상태로 이들에 대한 관리는 전적으로 시군 지자체가 떠맡고 있는 현실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폐지 수거 노인은 모두 255명으로, 완산구에 157명 덕진구는 98명의 노인들이 폐지를 주워 생활하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 2016년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한 지원사업으로 일시적으로 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했으나, 올해는 완산구청과 덕진구청에서 이뤄진 안전교육, 황사마스크 지급이 전부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 중 주거가 불안한 노인을 정확히 추려내 지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폐지 수거 노인들에 대한 현황과 주소지를 파악해 관리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이 자세한 내용을 알리길 꺼려 어떤 분이 소일거리를 폐지를 줍고, 또 어떤 분이 생활이 어려워 폐지를 줍는 일을 하시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시군 지자체에서 폐지 수거 노인들을 위해 야광표지판이 달린 안전조끼와 황사마스크 등도 지원해왔지만, 일의 특성상 1kg에 100원도 안 되는 무거운 폐지를 가득 싣고 멀리 떨어진 고물상까지 가야만 하는 노인들의 교통안전을 지키기엔 역부족이다. 

인천과 포항의 경우, 폐지 수거 노인을 돕는 사회적기업을 중심으로 노인들의 폐지를 시중가보다 비싼 값에 사들여 재활용 상품으로 구성 판매해 수익모델을 창출, 노인복지와 사회적기업의 선순환 경제를 이뤄나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와 함께 전북지역 폐지 수거 노인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주거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을 현실적인 지원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매번 비극적인 사고가 되풀이되고 나서야 급조한 복지대책을 내놓는데,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되고 마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여름 뙤약볕에도 무거운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활하는 어르신들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도 소방안전본부는 화마로 3명의 노인들이 목숨을 잃은 전주 여인숙 화재 사건과 관련, 26일부터 28일까지 도내 여인숙 168곳에 대해 긴급 소방안전점검에 들어갔다.

전주=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

박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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