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자들의 대규모 원금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피해 최소화를 기대하며 국회 정무위원회로 향했던 국민들의 희망이 국회에서 외면당했다.
정부의 금융·경제정책을 감시하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29일 국내금융시장의 정책과 제도, 상품을 사실상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의 수장으로 거론된 은성수 위원장 후보의 역량과 자질을 점검하는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1조원 가까이 팔렸음에도 독일의 국채금리 하락으로 이와 연계된 파생결합펀드(DLF)의 원금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태와 관련, 은성수 후보자의 대책·개선방안에 대한 생각과 의지를 파악하기에는 청문회가 부실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실제 청문회는 선거제도 개편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이에 반발한 자유한국당의 청문참여 거부선언으로 한때 파행되기도 했다. 그나마 오후 2시에 한국당 의원들이 참석하며 청문회가 속개됐지만, 참여하는 의원은 많지 않았다.
민병두 위원장을 제외한 23명의 정무위 소속 의원들 중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의원들만이 자리를 지켰다. 그마저도 절반가량은 자신의 질의시간에만 질문을 던지고는 다시 자리를 비우는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이 10명을 넘지 않는 장면들도 연이어 연출됐다.
문제는 금융위원회의 업무와 역할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인지 그 내용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질문의 4분의 1가량은 조국 법무부 장관후보자와 가족이 가입한 사모펀드의 실체와 적법성, 운영상의 문제점 등 사모펀드와 관련된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정작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Derivative Linked Securities)과 파생결합펀드(DLF·Derivative Linked Funds)에 대한 질의응답은 일명 조국 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 관련 질문보다 적었다. 게다가 충분한 답변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대부분의 관련 질문도 은 후보자의 금융위원장 임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때문인지 불완전 판매 가능성 등 문제가 있는 상품이었는지를 묻거나,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라는 권유섞인 물음이 방식만 다를 뿐 다수를 이뤘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의 제윤경 의원이나 김병욱 의원, 바른미래당의 지상욱 의원 등 몇몇 의원만이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점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나 마음가짐, 시각 등에 대한 질의와 지적을 했을 뿐이다.
제 의원은 우리은행이 사실상 유사한 DLS상품을 19개로 나눠 판매한 것을 예로 들며 금번 DLS 사태가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규명하며 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개선을 고민해야할 것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김 의원은 “은행장들은 임명직이며 은행에 대한 지분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단기성과에 치중하게 되고 직원들을 과당경쟁으로 내몬다”면서 은행과 지주회사의 지배구조가 DLS 사태를 촉발한 또 다른 원인이라고 지목하며 검토를 당부했다.
지상욱 의원은 “DLS 문제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고 본다. 단순히 보상을 어떻게 하고 몇십프로로 할 것인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정책 실패가 있었다. 개인이 옵션거래를 하려면 자격을 얻어야하니 은행을 통해 거래가 이뤄졌는데 문제가 생겼다”면서 “수익은 나누지 않고 책임은지지 않으려는 현상을 바로 잡을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다만 은 후보의 답변은 제한된 질의시간과 공개석상이라는 한계 등으로 인해서인지 구체적이거나 명확하게 전해지지는 못했다. 그는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면 분명히 문제다.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확인을 하겠다”거나 “규제완ㅗ화와 보호 사이에서의 줄다리기가 있다. (금융제도나 정책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겠다” 정도의 답이 대부분이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