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쉽게 풀리는 미스터리

[쿡리뷰]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쉽게 풀리는 미스터리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의 쉽게 풀리는 미스터리

기사승인 2019-09-03 06:00:00


영화 ‘럭키’의 이계벽 감독, 배우 차승원, 추석 개봉. “가자! 코미디 맛집으로”라고 대놓고 홍보하는 포스터 문구를 보지 않아도 코미디 영화인 걸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얼마나 웃기나 보자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것도 잠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웃길 수 있는데 웃기지 않는 느낌, 뭔가 큰 비밀을 감추고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비밀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인물들에게 더 집중하게 됐다. 이 영화, 대체 뭐지.

‘럭키’에서 기억을 잃고 분식집에서 일하게 된 형욱(유해진)처럼 첫 장면부터 철수(차승원)는 손님들에게 팔 근육을 자랑하며 손칼국수 반죽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곧 그가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캐릭터라는 사실, 그에게 숨겨진 딸 샛별(엄채영)이 있었다는 사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몸이 아픈 샛별이 병원을 탈출해 대구로 내려가는 데 철수가 동행하며 두 사람만의 요란한 로드 무비가 펼쳐진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숨겨둔 미스터리를 빠르게 공개한다. 그 결과는 영화의 장르와 주제를 완전히 뒤바꾸는 커다란 반전이다. 하지만 그 자체보다는 그 반전으로 향하는 과정이 더 인상적이다. 비현실과 현실 사이를 줄타기하듯 어딘가 조금 어색한 상태로 앞으로 나아간다. 마치 불안하지만 흔들림 없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철수의 걸음걸이처럼.


이계벽 감독은 전작 ‘럭키’처럼 자극적이고 극적인 상황 대신 일상적이고 사소한 순간들을 통해 따뜻한 인간미를 그려낸다. 차가울 것 같은 인물들이 너무 따뜻하고, 또 그 이유가 납득이 돼서 웃음이 나는 ‘온기 코미디’다. 영화의 이야기가 말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공감하고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중엔 그것이 코미디이든 감동이든 큰 상관이 없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후반부에 이를수록 따뜻함의 강도가 너무 높아지는 점은 아쉽다. 실패한 코미디 영화들이 밟았던 신파의 길을 피해가는 건 성공했지만, 그 근처까지 가는 건 위험한 선택이다. 후천적 장애와 질병, 실제 벌어진 재난 등 자극적인 소재들을 한 번에 다루는 것 역시 불안한 지점이다. 시원한 코미디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속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영화다. 또 이 이야기를 봐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 역시 불편할 수 있다.

차승원은 빠르게 다양한 모습을 오가야 하는 어려운 도전에 나섰다. 수많은 코미디 영화를 경험한 그의 내공과 감정 전달의 진정성이 영화의 부족한 부분들을 채운다. 차승원과 대등하게 맞서는 아역 배우 엄채영의 존재감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11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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