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 대마 등을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가 검찰에 자진 출두해 긴급체포됐다. CJ가의 장남인 이 씨가 차기 승계권자로 지목되는 만큼, 이 회장의 대응도 주목되고 있다.
5일 CJ그룹 등에 따르면 이 씨는 하루 전인 4일 오후 6시께 혼자 택시를 타고 인천지방검찰청에 찾아가 “하루 빨리 구속되길 바란다”고 밝힌 뒤 긴급체포됐다. 이 씨는 가족을 포함해 이와 관련된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씨는 지난 1일 미국 LA에서 출발한 항공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액상 대마 카트리지와 대마 캔디·사탕 등을 여행용 가방 등에 숨겨 들여오다가 세관에 적발됐다.
인천세관은 곧바로 이 씨를 검찰에 인계했으며 검찰은 이 씨를 조사한 뒤 귀가조치했다. 소변 검사 결과 이 씨는 대마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대마 투여 뿐만 아니라 밀반입 혐의를 받고 있는 현장범에 대해 긴급체포 등 신병 구속을 하지 않고 귀가조치했다는 사실에 대해 검찰의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씨는 이에 대해 부담을 느껴 스스로 인천지검으로 향한 것으로 전했다. 이 씨는 수사관에게 “저의 잘못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매우 마음 아프다”면서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하루 빨리 구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에게는 ‘홀가분하다’는 심경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본인 잘못에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겠다는 의견도 밝혔다.
CJ그룹 관계자는 “어젯밤 CJ 이선호 부장이 인천지방검찰청에 자진 출두해 체포됐다”면서 “검찰을 통해 알려진 대로 이 부장은 가족을 포함해 주위에 전혀 알리지 않은 채 혼자 인천지검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지검 강력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의 경우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48시간 이내에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이미 증거물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등이 확보된 점, 본인이 범행을 시인한 점, 그리고 특혜 논란 등이 불거졌던 점을 의식한 탓인지 체포 10여시간만인 이날 오전 영장을 청구했다.
이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오는 6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이 씨가 영장실질심사 포기 의사를 밝힌 만큼 불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서는 오너가 3세의 대마 투여·밀반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이 회장이 CJ그룹을 통해 어떠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나흘째인 이날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없는 상태다.
이 씨는 CJ그룹 경영 승계의 중심에 서있다. 2014년 CJ그룹은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 합병을 결정하면서 이재현 회장은 이 씨에게 보유 지분 중 15.91%를 증여했다. 이후 추가적으로 지분을 늘려 이 씨는 현재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의 17.97%를 가지고 있다.
이어 CJ그룹은 올해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IT 사업부문과 올리브영 부문으로 인적분할한 뒤 IT 사업부문을 CJ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분할 합병에 따른 지분 교환이 이뤄지면 이 씨는 CJ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벌가 자제들의 마약투여’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중차대한 사건”이라면서 “승계와 관련된 모든 사안이 ‘올스톱’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현 회장 등 CJ그룹 입장에서도 섣불리 어떤 입장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