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지난 5년간 추석 때 마다 중소기업의 일시적인 자금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푼 돈이 1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시중은행이 추석을 맞아 공급한 자금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영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1일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올해 시중은행이 추석 기간 동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급할 신규 자금목표는 총 27조원이다. 올해 공급 목표치를 은행별로 보면 신한·국민·우리·하나은행이 각각 6조원, 농협은행이 3조원 수준이다.
은행에서는 매년 추석 때 마다 중소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한다. 직원들에게 상여금 등을 지급하는 경우 인건비 증가에 따라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일시적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은행에서 추석을 맞아 중소기업에 공급하는 자금이 경제성장 규모를 넘어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2015년 중소기업에 공급한 추석 특별자금은 13조8500억원이다. 이는 2016년 15조6000억원으로 1조7500억원 가량 늘어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첫 해인 2017년에는 19조5700억원으로 1조8200억원 증가했으며, 두 번째 해인 2018년 24조2300억원으로 4조6600억원이나 대폭 급증했다. 올해도 2조7700억원 늘어난 27조원을 기록했다.
추석에 자금부족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은 자금부족의 원인을 판매부진이나 인건비 상승, 물품대금 회수지연 등에서 찾고 있다. 그동안 가장 큰 원인은 판매부진이라고 답변하는 중소기업이 압도적이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인건비 상승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자금사정이 곤란해진 원인으로 절반(56.5%) 이상이 인건비 상승을 지목했다. 뒤이어 ‘판매부진’(54.7%)과 ‘판매대금 지연 회수’(25.3%) 순이다. 지난해에는 판매부진과 일맥상통하는 매출감소(67.5%)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글로벌 무역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인건비 상승이 중소기업의 자금애로를 가중하는 모습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추석 자금사정이 지속적으로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증가, 투자 및 수출부진 지속, 판매부진에 따른 내수침체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도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한편 중소기업의 경영상황 악화를 반영해 시중은행의 추석 특별자금 지원이 매년 확대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자금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특히 은행의 여신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창업 초기기업이나 매출감소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상당하다.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금융기관과의 거래시 ‘매출액 등 재무제표 위주 대출’(36.6%), ‘부동산 담보요구’(26.5%), ‘신규대출 기피’(26.1%) 등이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이는 창업 초기기업이나 매출감소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