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노조, 합병 주장한 이동걸 회장에게 “덩치만 키우면 경쟁력 강화되나”

수은 노조, 합병 주장한 이동걸 회장에게 “덩치만 키우면 경쟁력 강화되나”

기사승인 2019-09-11 11:25:28

수출입은행 노조가 10일 산업은행과 수은의 합병구상을 제기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 대해 “아직도 정책금융이 ‘규모의 경제’ 운운하며 덩치만 키우면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노조 수출입은행 지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동걸 회장은 무책임한 합병설 제기를 중단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금융이 많은 기관에 분산된 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은과 수은에 중복되는 부분이 많고, 두 기관을 합치면 백오피스 인력이 줄고, 예산이 늘어 IT 설비를 강화할 수 있다”면서 “남는 인력을 영업 현장에 보내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갑작스러운 산은·수은 합병 구상 발표에 수은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수은 노조는 “이동걸 회장은 2년간의 정책금융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운 것인가”라며 “금융시장 발전과 상업금융기관의 역량 확대 등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정책금융은 기존의 단순 양적투입 방식을 넘어 투․융자 복합 등 민간자본과 협업 확대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정부는 이러한 새로운 정책금융 수요를 반영하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을 2013년에 발표하면서 산은은 대내 정책금융을, 수은은 대외 정책금융을 전담하는 것으로 업무영역을 명확히 구분하고, 특히 해외 중장기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공적수출신용기관인 수은에 전담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수은 노조는 이 회장의 합병 발언을 정책금융기관이라는 산업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규정했다.

수은 노조는 “국내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견인해야할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동걸 회장은 업무영역과 정책금융 기능에 관한 논의로 본인의 경영능력 부재와 무능력함을 감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회장의 “수은 부지가 원래 우리 땅이었다. 다시 찾아와야 할 것 같다”라는 발언을 두고 “타국책금융기관을 비하하고 흔드는 짓은 그만두고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회장의 깜짝 발언에 산은 역시 사태 수습에 급급한 모습이다. 산은은 이 회장의 발언 직후 참고자료를 배포하며 “(이 회장의 발언은) 산업은행 내부 검토 및 정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개인 차원의 소견”이라며 사태 수습에 집중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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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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