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의 추석 선물세트 판매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감소하거나 소폭 상승에 그쳤다. 그나마 10만원대 이상의 고가형 선물세트가 매출을 견인했다. 추석 연휴가 예년보다 짧았던 데다가, 태풍과 의무휴업이 겹치면서 이에 따른 영향이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롯데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 신장한 반면 롯데마트는 1.4% 역신장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롯데백화점의 경우 축산 8.9%, 농산 0.9%, 수산 -6.0%, 가공생필품 3.4%, 건강주류 7.2% 등이었고, 롯데마트는 과일 5.7%, 축산 -1.6%, 수산 -12.6%, 가공식품 -5.9%, 위생용품 9.1% 등이었다. 롯데백화점의 판매 신장률 4.5%도 작년 추석 신장률인 7.0%에 비하면 부진한 수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9월 첫째 주까지는 매출이 괜찮았는데, 둘째 주로 접어들면서 제13호 태풍 '링링'과 마트 의무휴업일 등의 영향으로 매출 상승세가 급격히 꺾였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불과 0.5% 신장하는 데 머물렀고, 현대백화점도 작년 추석 때 두 자릿수 신장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4.2% 신장하는 데 그쳤다. 신세계백화점도 작년 6.9%에서 올해 2.3%로 하락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막판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대부분 유통업체들의 추석 선물세트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최대 천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 선물세트는 높은 판매고를 이어갔다. 신세계백화점은 200만원, 120만원짜리 한우 세트를 각각 15개, 60개 내놨는데,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모두 팔렸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고가·프리미엄 상품 수요는 전년 대비 10% 신장을 기록했다. 20만~30만원대 선물이 10%, 30만원 초과 선물은 15% 신장했다. 전체 선물세트 판매 실적인 2.3%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갤러리아백화점도 30만원 이상의 초고가 선물세트 매출이 30%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고가 선물세트 완판을 이어갔다. 2500만원이라는 초고가에 선보인 '프랑스 보르도 2000 빈티지 세트'도 준비한 물량인 2세트가 모두 팔렸다. 아울러 최상위 등급인 '마블스코어9'(No.9)로 구성한 135만원짜리 'L-No.9' 프리미엄 한우세트와 200만원짜리 영광 법성포 황제 굴비세트도 모두 완판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석 선물세트 매출 중가는 한자리수에 머물고 있는 반면, 프리미엄 품목들은 매년 두자리수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면서 “고소득의 VVIP들이 주 고객”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프리미엄 상품들의 판매량이 늘면서, 전체 선물세트 판매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