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공포, 생각하면 약올라” 화성 연쇄살인범 용의자에 시민들 분노

“수십 년 공포, 생각하면 약올라” 화성 연쇄살인범 용의자에 시민들 분노

기사승인 2019-09-19 11:47:48

지난 28년간 최악의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가 확인됐다.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화성시 주민들이 술렁이고 있다. 교도소에 무기수로 복역 중인 용의자의 행적이 알려지며 분노와 함께 ‘허무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일 오전 9시30분 브리핑을 통해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56)를 특정한 경위를 밝혔다. 미제수사팀은 지난 7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화성 연쇄살인사건 증거물 일부를 보내 DNA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3건의 증거물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가 검출됐으며 이를 국과수 데이터베이스에 대조해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씨가 이미 사회에서 격리된 상태였다는 사실이 이목을 끌었다. 이씨는 화성 연쇄살인사건 마지막 9차 범행(1991년 4월) 이후 지난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25년째 수감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쇄살인범이 검거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화성시 주민들을 공포 속에 살게 했다. 범인의 잔혹한 범행 수법은 유사한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주민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해당 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 봉준호 감독이 지난 2013년 한 행사에서 “범인이 이 자리에 왔을 수도 있다”고 했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범인이 2차, 6차 범행을 저지른 화성시 진안동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분하고 허무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화성시 진안동 병점역 앞에서 만난 안모(68)씨는 “그간 범인이 아무렇지 않게 길거리에 돌아다닐 거라는 생각에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며 “딸아이가 밤늦게 귀가할 때마다 과거 연쇄살인사건을 이야기하며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70)씨는 “30년이나 지난 사건이라서 평소에는 잊고 지냈지만, 방송을 통해 살인사건이나 성폭력 사건을 보면 항상 ‘우리 동네에도 저런 사건이 있었는데’하고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며 “이미 교도소에서 형을 살고 있었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벌을 받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동안 공포에 떨었던 것을 생각하면 약이 오른다”고 말했다.

용의자의 추가 범행을 예상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진안동에 20여 년 거주한 이모(61·여)씨는 “용의자가 무기수 복역 중이라는 뉴스를 보고 놀랐다”면서도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살인범인 만큼, 화성에서의 범행 이후에도 다른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분노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86년 9월15일부터 1991년 4월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여성들이 성폭행·살해당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의 연령은 71세 노인부터 10대 학생까지 다양했으며 범인은 주로 늦은 밤과 새벽 시간에 잔혹한 수법으로 범죄를 저질러 국민적 공분을 샀다.

당시 경찰은 성폭행 피해를 가까스로 면한 여성과 용의자를 태운 버스운전사, 안내양 등의 진술을 통해 범인이 20대 중반, 키 165∼170㎝의 ‘보통 체격’ 남성으로 특정했다. 또 일부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용의자 정액과 혈흔, 모발 등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이 B형이라는 사실까지 밝혀냈지만, 이외 결정적 증거는 발견하지 못해 사건은 미결로 남았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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