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8년 만에 실마리를 찾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해결을 위해 대규모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정식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건 기록과 증거물의 양이 방대하고, 용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사건 종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반기수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5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설치, 화성연쇄살인사건 조사에 나선다고 20일 밝혔다. 수사본부는 미제사건수사팀, 광역수사대, 피해자 보호팀, 진술 분석팀, 법률 검토팀, 외부전문가 자문위원 등으로 구성됐다.
앞서 경찰은 DNA 분석 기술의 비약적인 발달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재감정을 통해 DNA 검출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 지난 7월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그 결과 총 10차례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5·7·9차 사건의 증거물에서 용의자 이춘재(56)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이들 3건과 모방 범죄로 판명이 난 8차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사건에서도 이씨의 DNA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DNA 감정에 수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이씨를 상대로 진술 분석을 실시하는 등 정식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씨는 지난 1995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 선고받고 현재 부산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그는 지난 18일 교도소에서 경찰과 면담을 했으며,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앞으로 이씨의 진술을 면밀히 분석해 혐의 입증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이를 위해 이씨를 경기남부경찰청 인근의 교도소 등으로 이감하는 방안도 관계기관과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간 모아온 방대한 양의 수사기록도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여기에는 피해자와 유족, 수사관계자 등의 진술과 당시 나온 증거들도 포함된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91년 발생한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난 2006년 4월을 기해 만료됐다. 이씨가 사건의 진범으로 확인되더라도 법정에 세워 죄를 묻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찰은 진범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서라도 수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반기수 2부장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지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4년 7개월에 걸쳐 있었던 사건”이라며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증거물의 양이 많은데, 모든 것을 원점에 두고 종합적인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