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진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형사에게서 나왔다. 앞서 진범과 이씨의 혈액형이 다른 것으로 알려지자 일각에서 “그가 진범이 맞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심동수 용인동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이씨가 진범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지난 1988∼1991년 화성 연쇄살인 7∼10차 사건 수사에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기동대 관리반 소속 형사로 투입됐다.
심 과장은 “범인의 혈액형이 B형으로 추정된 건 사실이지만, 혈액형 정보는 직접 증거가 아닌 보조 증거”라며 “당시 상황에서 혈액형이 다른 오염 물질과 혼재돼 정확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과장은 “이씨의 DNA가 5, 7, 9차 등 무려 세 건의 증거물에서 확보됐는데, 이는 의미가 크다”라며 “한 사람의 DNA가 우연히 다른 사건에서 나올 수는 없다. 이씨가 유력한 용의자가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의 과학 수사 기법은 30여 년 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수준”이라며 “훨씬 정확하고 신뢰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용의자를 짐작이라도 했더라면 안타까운 죽음들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른 미제 사건들의 실마리도 풀리길 바란다”며 심경을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의 본적은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재 화성시 진안동)로 사건 발생 장소 일대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지난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했다.
지난 1994년 1월 청주에서 이씨는 자신의 집에 방문한 처제 이모씨(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 살해한 혐의로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최근 경찰은 교도소를 찾아가 이씨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씨는 화성 사건과 관련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아있는 증거물과 수사기록을 분석해 이씨와 화성 사건의 연관성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