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어딜 가도 변함 없는 타란티노의 화법

[쿡리뷰]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어딜 가도 변함 없는 타란티노의 화법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어딜 가도 안 변하는 타란티노의 화법

기사승인 2019-09-21 08:00:00


어느 덧 아홉 번째 영화다. 지난 1992년 영화 ‘저수지의 개들’로 데뷔해 ‘펄프픽션’, ‘킬빌’을 거쳐 ‘장고:분노의 추적자’, ‘헤이트풀8’까지 필모그래피를 꼼꼼하게 채워온 B급 영화의 거장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신작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로 3년 만에 돌아왔다. 끝없는 수다와 조여드는 긴장감, 피 튀기는 폭력까지 그가 17년 동안 갈고닦은 장기가 모두 담겼다. 이번엔 50년 전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재해석하기도 했다.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1969년 할리우드 배우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스턴트 배우 겸 매니저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두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 된다. 서부 영화 주인공으로 활약하던 릭 달튼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TV 드라마의 악역을 맡기 시작하며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배우다. 릭 달튼의 전문 스턴트맨이었던 클리프 부스 역시 배우의 처지와 함께 몰락하기 시작한다. 릭 달튼의 옆집에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배우 샤론 테이트 부부가 이사 오지만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술에 빠져 살던 릭 달튼은 자신의 연기에 반성하며 혼신의 힘을 쏟기 시작하고, 클리프 부스는 미스터리한 히피 소녀에게 이끌려 그녀가 사는 곳으로 향한다.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가 늘 그렇듯 시종일관 평범하지 않은 전개로 관객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인물들의 다음 행동이나 다음 장면을 예측하기 힘든 영화다. 영화의 주제와 의미를 찾으려 해도 어디에 중심을 둬야 할지 난감하다.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독이 이끄는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 영화 ‘로마’처럼 그가 어린 시절 시간을 보냈던 LA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괜찮다. 알 파치노, 커트 러셀, 다코타 패닝 등 유명 배우들의 의외의 곳에서 튀어나오는 것 역시 즐길 만한 요소다.

조금씩 자신의 영화 색깔을 바꿔온 타란티노 감독의 최근작보다는 ‘데스 프루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느낌에 가까운 영화다. ‘장고:분노의 추적자’, ‘헤이트풀8’에 이어 서부 영화에 바치는 헌사로 읽을 수도 있다. 영화는 역사적 사건을 감독 특유의 시선으로 어떻게 재해석했는지 관객과 퀴즈 대결을 하듯 힌트를 하나씩 뿌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샤론 테이트 사건을 모른다면 맥락을 알 수 없는 장면들에 지루함을 낳을 여지도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의 팬이라면 두 배우의 생기발랄할 아름다운 이미지와 연기력을 모두 챙길 수 있다. 이미 ‘장고:분노의 추적자’에서 감독과 함께한 경험이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여유롭게 영화를 장악해나가고, 남성미 넘치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2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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