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을 규제한 2개월간 일본 전체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월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23일 연합뉴스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지난 7월 일본의 대한국 수출금액은 4361억엔(약 4조8000억원)으로, 총 수출금액인 6조6434억엔(약 73조1000억원)의 6.6%로 집계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직전인 지난 6월 일본의 총수출액(6조5858억엔)에서 한국(4131억엔)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였다.
전월 대비 총 수출액 증가율(0.9%)보다 대한국 수출액 증가율(5.6%)이 더 높게 나타나면서 전체 수출 내 한국의 비중도 0.3%포인트 커진 것이다.
일본 재무성이 18일 발표한 8월 무역통계(통관기준 속보치)에서도 대한국 수출은 전체 6조1410억엔 중 4226억엔으로 그 비중이 7월보다 0.3% 포인트 늘어난 6.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7월 4일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대한국 수출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한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의 3대 수출국 위치를 고수했다.
품목별로 보면 규제 대상 품목의 대한국 수출은 급격히 하락했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7월 품목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세정 공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의 지난달 한국 수출량은 479톤으로 전월 대비 83.7% 급감했다.
나머지 2개의 수출 통계는 따로 뽑지 않았지만 3개 품목 가운데 에칭가스의 일본 시장 의존도가 44.6%(1∼6월 기준)로 가장 낮고 그외 두 품목은 90%가 넘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 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산업부는 3대 품목이 한국의 전체 대일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통계 분류상 1% 미만인데 여기에는 다른 품목도 들어가 있어 실제로는 그보다 더 작다고 밝힌 바 있다.
전년 같은 달 대비로 보면 대한국 7월 수출은 6.9% 감소하며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락 폭은 지난 4월 -4.2%를 제외하면 가장 작았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과의 교역 위축으로 부진에 빠진 일본 무역이 그마나 한국 수출에서 선방한 셈이다.
일본의 7월 대중 수출은 9.3% 급감하며 중국과의 무역적자 또한 전월 1319억엔에서 3837억엔으로 두배 이상 확대됐다.
하지만 한일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양국 교역 악화도 가속할 우려가 있다. 일본의 전년 대비 한국 수출은 7월 -6.9%에서 8월(속보치) -9.4%로 다시 확대됐다.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8월 기준 전년 대비 19.5% 감소했고, 규슈나 쓰시마섬 등 한국 방문객 비중이 큰 일부 지역의 경우 관광객 수가 40% 이상 크게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면서 그 영향 역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사히 등 일본산 맥주의 경우 지난달 수입액이 전년 대비 97% 급감했다.
일본 브랜드 차량 판매도 반 토막이 났다. 브랜드별로 보면 지난해 8월 대비 닛산은 87.4%, 혼다는 80.9%, 인피니티는 68.0%, 토요타는 59.1% 줄었고 렉서스만 7.7%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본 내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도리어 자국 기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정부 역시 7∼8월 일본 수출규제가 한국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나 점차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