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을 전폐하고 공황장애까지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첫 만기도래를 앞두고 익명의 피해자는 24일 이같이 토로했다. DLF 피해자들은 ‘안전하다’는 은행 측의 말에 배신감을 토로하며 소송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미국 이자율스와프(CMS) 5년물 금리와 영국 CMS 7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F 가운데 총 436억원 어치가 올해 만기가 도래한다. 이 가운데 오는 25일 처음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10억원 어치는 원금의 46% 손실이 확정됐다.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DLF에 가입한 피해자들은 원금 손실이 현실로 다가오자 불안함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안전하다’는 은행 직원의 말을 믿고 가입한 이들은 손실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하나은행 DLF 대책위원회의 김 모씨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만기가 도래하면서 심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식음을 전폐하고 공황장애까지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이 망하지 않으면 손실이 나지 않는다는 은행원의 말을 믿고 DLF에 전 재산을 넣으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DLF 피해자들은 지난 20일 ‘우리·하나은행 DLS·DLF 피해자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공동대응에 나섰다. 현재 대책위에는 200여명의 피해자가 참여한 가운데 소송을 위한 자료 준비에 분주하다.
대책위는 이미 금융정의연대 및 약탈경제반대행동과 연대해 지난 8월 23일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나은행에 경우 우리은행에 비해 자료준비가 늦어지며 고발이 늦어졌을 뿐 대책위는 하나은행 역시 고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김씨는 “하나은행의 경우 CMS금리가 일부 올라가며 원금을 지켜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미중무역 갈등과 미국의 금리 인하에 다시 피해가 확대되는 추세”라면서 “연말까지 436억원의 원금중 얼마나 손해가 발생할지 다들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은행과 같이 하나은행 역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하나은행의 경우 자료수집에 어려움이 있어 소송이 다소 지연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DLF의 손실이 확정되면서 KEB하나은행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7월부터 DLF사태 수습을 위해 WM사업단내 박세걸 전무를 지원 총괄로 투자상품부, PB사업부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사후관리지원반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보호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소비자보호방안을 마련하고, 손님·직원면담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피해고객 응대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KEB하나은행은 피해 고객들의 소송이 본격화 되는 것에 대비해 김앤장을 법률자문사로 선정하고 소송전을 준비중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