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법률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7월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 근로기준법(이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근로자가 괴롭힘 피해 사실을 알려오면 사용자는 가해 근로자에게 징계 및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 사용자가 신고를 무시할 경우 피해자는 고용노동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피해자에게 보복성 불이익을 준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5인 미만 사업장 등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운영하는 홍제역 직장갑질 이동상담센터 문의 결과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폭행, 추행 등 ‘범죄’만 형사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그보다 수위가 낮은 강요, 따돌림, 차별 등 ‘괴롭힘’은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법률을 활용하기 위해 피해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괴롭힘 피해자는 회사 대표인 ‘사용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괴롭힘 신고 방법으로 센터는 노동조합이나 인사팀 활용을 권장했다. 이와 같은 전달 수단이 없는 회사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법률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조사와 해결을 전적으로 조직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센터에 따르면 가해자 처벌은 ‘회사 자율적으로 정한 취업규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취업규칙에 명시된 처분 규정이 없다면 사용자가 괴롭힘 사건을 방치해도 문제 삼을 수 없다.
직장인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지난달 12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6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법 시행 이후 직장 생활에서 달라진 게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75.2%가 ‘없다’고 답했다. 향후 법률이 노동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될지에 대해서는 ‘정착되기 어려울 것(49.7%)’이라는 회의적인 의견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제도적 도움을 받지 못한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박점규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당일해고 당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못 하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도 활용 못 했다” “폭언을 들어 감사팀에 신고했더니 조사자가 ‘내가 볼 때 괴롭힘 아닌 것 같다’며 무마했다” 등의 제보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법 제정 이전보다 오히려 더 바빠졌다”며 “더 많은 근로자를 포괄할 수 있도록 개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인격권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법률의 의미가 크다“면서도 “시행령 개정,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법 적용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종별 근무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가해자 처분은 조직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다”며 “취업규칙에 대한 감독과 함께 직장인 대상 정책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