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와인대전(大戰)이다. 이마트가 지난달 4900원 와인을 선보이자, 롯데마트도 1병당 3950원 꼴인 와인을 꺼내들며 맞불을 놨다. 와인이 소주가격이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업계는 생수를 두고도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상대가 100원을 내리면, 우리는 200원을 내리는 식의 초저가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매그넘 사이즈(1.5L) 와인인 ‘레오 드 샹부스탱 까베르네쇼비뇽’과 ‘레오 드 샹부스탱 멜롯’을 기존 판매가인 9900원에서 7900원으로 낮춰 올 연말까지 판매한다. 일반 와인 용량(750ml)으로 환산 시 1병 당 3950원꼴이다. 프랑스의 유명 와인 그룹 GCF(Les Grands Chais de France)의 와이너리 중 하나인 ‘듀롱’에서 생산됐다.
두 와인은 롯데마트에서 매해 4~5만 병씩, 8년간 40만 병 가량 판매된 스테디셀러다. 롯데마트 측은 “인기 와인의 가격을 낮춘 이유는, 최근 소비심리 악화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유통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가 온-오프라인 최저가격 등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아라고 설명했다.
먼저 초저가 와인을 꺼내든 것은 이마트였다. 지난달 1일 이마트는 상시 초저가 상품으로 칠레산 와인 1병을 4900원에 내놨다. 출시 한 달 도 안 돼 26만병이 판매되며, 기존 와인 1년 판매량(약 7~8만 병)의 3배 이상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이마트가 역대 최저가 와인을 선보이며 대성공을 거두자 롯데마트가 반격에 나섰던 것이다.
최근 마트업계는 생필품을 필두로 초저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생수 전쟁’이 발발하기도 했다. 이마트가 2L ‘국민워터’ 생수 6병을 1880원에 출시하자, 롯데마트는 이보다 더 낮은 1650원에 내놨다. 홈플러스 역시 자체브랜드 생수 ‘바른샘물’을 1590원 초저가로 선보하며 생수 전쟁에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생수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여,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 롯데마트의 연도별 생수 카테고리 매출을 보면 2017년 19%, 2018년 24%, 2019년 9월까지 26% 등 매년 두 자릿수의 신장을 기록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2014년 6040억원에서 지난해 1조1524억원으로 무려 두 배가량 커졌다.
대형마트들이 초저가에서 돌파구를 찾겠다고 한 만큼, 이 같은 '가격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초저가의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도 나오고 있다. 지난 2분기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국민가격 행사를 시작한 후 방문객 수와 매출이 증가했다. 상시적 초저가 판매를 시작한 후 8월 한 달간 총매출액은 1조3489억원으로 전월 대비 11.6%, 전년동월 대비 4.4% 늘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