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중권의 현장을 가다] 세계 ‘5위’ 규모 정유공장 현대오일뱅크 대산 방문기

[임중권의 현장을 가다] 세계 ‘5위’ 규모 정유공장 현대오일뱅크 대산 방문기

세계 ‘5위’ 규모 정유공장 현대오일뱅크 대산 방문기

기사승인 2019-09-26 01:00:00

하루 69만 배럴의 원유처리능력을 보유해 단일 정유공장 기준 세계 5위권의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가을의 초입이지만 한낮 기온은 아직 여름을 말하는 8월말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 대죽리에 위치한 대산공장을 찾았다.

지난 1988년 120만평(396만6942㎡) 규모로 준공되며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은 서해안시대를 맞았다. 이곳은 매립지 외항의 수심이 깊어 유조선 입출항이 용이하다. 또 수도권과 수송 거리가 짧다. 도심에 제품 공급이 유리하고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국과의 무역에도 장점을 보유한 곳이다. 특히 국내 최초로 중질유 분해시설(고도화설비)을 도입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지상유전의 꿈을 실현한 기념비적 생산기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을 담당하는 현대오일뱅크 생산기획팀과 대산공장 고도화설비를 살폈다. 이는 동일한 원유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 ‘현대판 연금술’ 설비다. 현대오일뱅크는 공장 설립 당시부터 고도화설비를 도입했다. 특히 지난 2011년에도 2조6000억원 규모의 제2고도화설비를 완공해 가동 중이다.

고도화설비의 핵심은 높이 90미터에 달하는 유동층 촉매 분해공정 설비(FCC: Fluid Catalytic Cracking Unit)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FCC 꼭대기에 올라서니 넓은 부지에 펼쳐진 대산공장 전경이 발아래로 펼쳐진다. 생산기획팀 관계자는 “원유를 단순 정제(상압 정제시설)하면 약 40%는 원유가보다 값싼 잔사유로 남는다”며 “고도화설비는 저가의 잔사유를 휘발유‧경유 등 고가의 경질유로 전환하는 설비다.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율은 40.6%로 국내 정유사 중 최고”라고 강조했다.

고도화율은 고도화설비의 처리 규모를 원유정제 처리 규모로 나눈 비율이다. 원유 100을 처리했을 때 40은 중질유로 남는다. 고도화 비율이 40%라면 남은 40의 중질유를 고도화설비(중질유분해설비)에 투입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한다. 고도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저가의 기름이 되는 것은 100분의 2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판 연금술이라고 일컬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러한 고도화 설비를 통해 현대오일뱅크는 중동산 대비 값은 싸지만, 불순물이 많아 정제가 까다로운 초중질 원유를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초중질 원유는 단순 정제하면 부가가치가 낮은 고유황 중질유가 많이 생산된다. 이 탓에 국내 정유사들은 쉽게 도입하지 못한다”며 “현대오일뱅크는 멕시코 등에서 초중질 원유의 도입률을 올해 상반기 40%까지 높였다. 고도화설비를 가동하면 추가 비용이 들지만, 최종제품에 붙는 부가가치를 고려하면 경제성이 훨씬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산유국에서 값싼 기름을 고급제품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대산공장 현장 관계자들의 경쟁력의 원천이 아닐까? 그럼에도 현장 관계자들은 앞으로 할 일도 많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들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황산화물 함유량을 3.5%에서 0.5% 이하로 감축)를 호재로 살릴 것이다. 향후 선박 연료로 많이 쓰이는 고유황 중질유 수요는 낮아지고 선박용 경유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들은 “고도화설비를 통해 생산하는 선박용 경유의 수요가 늘어나면 수익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단순 정제 후 고유황 중질유가 많이 남는 초중질원유는 수요 감소로 가격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회사에 원가 절감과 제품 부가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가 되는 셈이다. 이를 잘 살리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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