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중소 알뜰폰(MVNO) 사업자와의 상생방안을 내놨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어려워하는 단말기 수급부터 요금제 및 유통망 확대, 전산시스템 지원, 멤버십 제휴 확대, 전용 홈페이지 개설 등이 핵심이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의 이러한 상생안을 '꼼수'라며 평가절하한다. CJ헬로 인수를 둔 정부 인허가를 앞두고 돌연 ‘상생안’으로 알뜰폰 경쟁 제한성 논란 등을 피해가려는 속셈이라는 이유다.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상생안 발표 시기에 의도가 있는 것처럼 보일법도 하다. 공정위는 이달 10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는데, LG유플러스는 공정위의 의견을 파악한 후 이번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의도가 있으면 어떻고 꼼수가 있다한들 무엇이 문제겠는가.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에겐 ‘시기’가 관심 요인이 아니다. 특정 이통사(MNO)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번 알뜰폰 활성화 지원대상은 LG유플러스 망을 이용하는 12개 중소 사업자들이다. 추후 제휴업체가 늘어나더라도 LG유플러스의 자회사 미디어로그나 앞으로 인수하게 될 CJ헬로, KB 등 대형 알뜰폰 사업자는 지원 프로그램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알뜰폰 중소사업자들은 LG유플러스의 이같은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LG유플러스는 이미 2년 전부터 알뜰폰에 우호적인 정책을 실행해 왔다. 단말기 채권 유동화 지원, 멤버십 제공, 소매매장 내 선불서비스 판매, 직영매장에서 고객 서비스 업무 지원 등이다. GS25와 이마트24 등 편의점에 알뜰폰 매대 설치를 지원하기도 했다. 타 이통사에서 지원하지 않는 것들이다. 이번 알뜰폰 파트너스 출범은 기존에 있던 정책에 보다 더 많은 혜택을 강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중소사업자들은 가입자 감소로 고전해왔는데, 인프라도 부족한 이들에겐 망 도매대가 인하 같은 직접적 혜택도 중요하지만 간접적인 지원도 큰 도움이 된다. 설령 12개 업체가 LG유플러스의 '이벤트‘에 동원된 들러리라 해도,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도움을 얻는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일 것이다.
예전부터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해온 중소알뜰폰 관계자는 이번 상생안 발표에 대해 “망 도매대가 인하 내용이 제외된 것이 아쉽지만 자회사 미디어로그를 제외한 것을 보듯, 다른 MNO보다는 중소사업자들에게 친화적인 정책이다”고 평가했다.
상생방안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반박했다. 특히 LG유플러스가 자사의 직영매장에서 중소사업자들의 유심칩을 팔아 고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제공한 것이 알뜰폰 사업자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LG유플러스 직영점에 우리의 홍보물을 가져다주면 소매 판매점 업체들이 대신 모객을 하고 팔아주기도 하는데, 이런 지원들은 이통사 중 유일하게 LG만 하고 있다”며 “지금은 선불 요금제만 오픈 된 상황인데 상황이 더 안착되어 후불 요금제로도 확대된다면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알뜰폰 사업자들은 다른 MNO 역시 유통망을 열어 '선의의 경쟁'이 촉발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물론 자사 유통채널을 타사에 오픈하라고 강권할 순 없다. 직영점에서 남의 회사 고객을 유치하도록 해주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중소 사업자들도 알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자사 유통망을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열기까지 MVNO 사업팀과 MNO 영업채널 쪽에서 충돌이 잦았다고 한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SK텔레콤과 KT의 부정적인 반응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LG유플러스가 기존 관행을 깨는 ‘파격’을 선보이면 양사가 피곤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고착된 판도를 흔들기 위해 사업현안에서 종종 ‘무리수’를 둔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같은 평가가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파격’과 이에 따르는 3사 공통의 ‘고충’이 3사의 이익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중소사업자들의 편익을 증대시킨다면 비난할 일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25일 도매대가를 낮추는 내용을 담은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공개했다. 정부의 직접적인 정책 지원과 이통사의 간접적인 서비스 지원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알뜰폰 업계의 상황도 다시금 활력을 띌 수 있을 전망이다. SKT와 KT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상생방안을 폄하하지 말고 상생방안을 연이어 내놓는 ‘선의의 경쟁’을 기대해본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